KBS 예능국이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인간미 넘치는 좀비를 소재로 한 신개념 예능드라마 ‘좀비탐정’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KBS2 새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연출 심재현/극본 백은진) 첫 회 시청률은 1부 2.9%, 2부 3.6%(닐슨코리아/전국)를 기록했다. 시청률 면에선 동시간대 첫 방송된 JTBC ‘18어게인’(1.7%)은 제쳤으나, 이미 상승 기세에 오른 tvN ‘청춘기록’ (7.8%)과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4.4%, 5.8%)를 꺾지는 못했다.
드라마는 본 방송 전부터 ‘프로듀사’와 ‘고백부부’를 이어 KBS 예능국이 3년 만에 들고온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좀비탐정’은 좀비물이란 장르에 스릴러와 코미디를 가미해 출사표를 던졌고, 좀비가 인간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 인간이 되기 위해 발악하는 과정을 그린 극의 설정과 배우 최진혁·신예 박주현의 조합은 시작부터 이목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거칠면서도 코믹한 매력을 지닌 좀비 김무영(최진혁 분)과 거침없는 직진 본능의 소유자이자 시사 고발 프로그램 작가인 공선지(박주현 분)의 심상치 않은 첫 만남이 그려졌다. 김무영을 변태로 오해한 공선지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 그에게서 도망치는 김무영, 인간을 꿈꾸는 좀비와 실제 인간인 두 사람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극 중 김무영은 ‘좀비’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제대로 깨뜨렸다. 기존에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봐왔던 좀비가 인간을 위협하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면, 좀비 ‘김무영’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사람들 무리에 섞이고 싶어하는 애처로운 존재였다. 섹시하고 코믹한 외모와 달리 짠내가 진동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좀비였다.
이러한 신선한 좀비 캐릭터의 탄생은 최진혁의 색다른 연기 변신에서 비롯됐다. 전작에서 강력계 형사, 변호사 등 주로 선 굵고 날카로운 캐릭터를 맡아온 그는 첫 코믹연기에 도전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혐오감을 덜어낸 ‘김무영’으로 완벽 변신해 전무후무한 인간미를 뽐냈다. 걸음걸이, 발음, 피부색까지 인간에 동화되고 싶어 별의별 짓을 다하는 특이한 좀비가 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주 제작발표회에서 최진혁은 “좀비가 특이하다.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BB 크림을 바르고, 사람들과 잘 섞이기 위해서 좀비 형태를 지우고 다니는 등 별 짓거리를 다한다”며 “‘이런 좀비가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했다. 춤도 추고, 헤어밴드 쓴채 샤워하고, 거품 목욕도 태어나서 처음해봤다”고 나름대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음을 밝혔다.
예능국이 제작하는 드라마답게 김무영 외에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극을 가득 채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K-줌마 ‘공선영’역을 맡은 황보라부터 흥신소 소장 이성록(태항호 분)과 중국집 배달 연변 출신 왕웨이(이중옥 분), 공선영의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이태균(안세하)까지. 개성파 배우들의 빈틈 없는 등장은 다음 회를 향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심재현 PD는 “모이신 배우분들의 불꽃 튀는 연기의 향연이 관전 포인트”라며 “드라마 인물 속에 나오는 캐릭터가 표현하기 쉬운 캐릭터들이 없고, 콘셉트가 강한 캐릭터들이 많다. 한 분 한 분 고민하고 공들여 캐스팅 작업을 진행했고, 개성 넘치는 배우분들이 모였음에도 호흡과 밸런스가 좋다”고 자신한 바 있다.
180도 다른 최진혁의 코믹 연기변신과 연기파 배우들의 합, 여기에 KBS 예능국의 연출력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