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시 의원들에 이어 법정에 섰다.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정치적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3일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김병욱·박주민·이종걸·표창원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10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박 의원 등은 지난해 벌어진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올해 초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박 의원은 “1994년에 판사로서 부임했던 남부지법에 피고인으로 다시 오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법 위반 혐의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재판에 넘긴 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민주당에 대한 기소를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의원은 “회의체 기구인 국회에서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적대시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주권주의와 의회주의는 헌법과 사법부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고 짚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도 “법안 제출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의 범죄에 맞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폭행 혐의와 관련해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관계에도 틀린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보좌진·당직자들 간에 벌어진 충돌이다.
이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27명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등은 당시 국회 의안과 사무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 21일 열린 첫 공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정했다. 이날 황 전 대표는 “당시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왜곡하는 법안이었다”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 또한 “패스트트랙 충돌은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