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아르테미스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 미국 가수 다이애나 로스, 폴 앵카의 노래 ‘다이애나’, 빨강머리 앤의 단짝 다이애나…. 세상에는 참 많은 다이애나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교과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렇게 흔하디흔한 다이애나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의 디아나에서 나왔고 디아나는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와 같다. 아르테미스는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티탄 12신중 하나인 포이베의 딸 레토와 바람을 피워 낳은 딸이다. 제우스의 본처인 헤라가 분노한 탓에 레토는 델로스라는 살기 힘든 섬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아르테미스는 태양신인 아폴론과 쌍둥이다. 아폴론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아르테미스는 어느새 커서 아폴론이 태어나기까지 9일간 진통한 엄마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여자는 아이를 낳을 때 아르테미스를 외치며 진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어느 날 테베의 왕자 악타이온이 사냥개들을 데리고 숲 속에서 사냥하다가 아르테미스와 요정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봤다. 수치심에 분노한 아르테미스가 저주의 물을 끼얹자 악타이온은 돌연 사슴으로 변해 자신의 사냥개에 찢겨 죽었다. 아르테미스가 달의 신, 그중에서도 음산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승달을 상징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소아시아의 에페수스(지금의 터키 셀주크)에는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다. 신전은 세 번 지어졌다. 첫 번째는 홍수, 두 번째는 화재로 무너졌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때 만들어진 세 번째 신전은 고대 그리스인이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칭한 건축물 중 하나다. 지금은 기둥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관련기사



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을 담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280억달러(약 32조4,800억원)를 들여 2024년 남녀 우주인 한 쌍을 달에 보내는 것이다. 달은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인들이 사상 처음으로 발을 디딘 후 50년이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 멀리 베일에 싸여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성공해 다시 한번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는 커다란 도약’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