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증상은 신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38도 이상의 지속되거나 감기에 동반하는 기침·콧물 등과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돌 이전 아기는 평소 체온 알아둬야
돌 이전 아기는 섭씨 37.5도 이하, 돌 이후엔 37.2도 이하를 열이 없는 정상 체온으로 본다. 하지만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고 재는 부위에 따라 체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평소 체온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열이 난다고 느끼는 발열의 기준은 오전에 37.2도, 오후에 37.7도 이상이다. 발열은 소아환자의 응급실 방문 원인 중 가장 흔한 경우다. 생후 3개월이 지났거나 39도 이상의 심한 고열이 아니라면, 특이한 신체반응이 없다면 무조건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생후 4개월 이상 아기의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 힘들어하면 먹는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복용 가능한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계와 부르펜계 두 가지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계 해열제는 연령과 상관 없이 복용 가능하지만 부르펜계 해열제는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해열제 복용 후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이가 추위를 느끼지 않는 선에서 미온수로 온 몸을 닦아주면 좋다. 그러나 38도 이상의 발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 발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의 경우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패혈증·뇌수막염·요로감염 등 심각한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로 데려가야 한다.
◇5분 이상 열성 경련 땐 뇌전증일 수도
아이가 열이 갑자기 오르고 전신이 뻣뻣해지며 의식소실을 초래하는 ‘열성 경련’은 소아 100명 중 2~3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꽤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 지속시간이 1분 이내며 발달장애 등 후유증도 없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금방 경련을 멈췄더라도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일산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원석 교수는 “경련 5분 이상 지속, 1일 2회 이상 발생, 전신경련이 아닌 부분경련, 경련 후 마비 증상이 동반될 경우 뇌전증 같은 신경학적 질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경학적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이상 고열, 가래·기침 심하면 폐렴 의심할만
폐렴은 초기 증상이 발열·기침 등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대증 치료로 2주 안에 저절로 치유되지만 폐렴은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된다. 또 흉통·호흡곤란 등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농흉·기흉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3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면서 가래·기침이 심하거나 호흡수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질 때, 갈비뼈 사이와 아래가 쏙쏙 들어가는 흉부 당김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요로감염은 발열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배뇨통이 있거나 소변 냄새가 평소와 다를 수 있고 설사·복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방치할 경우 신장 감염, 패혈증 등 합병증이 있기 때문에 발열 증상만 지속되는 어린이도 반드시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희귀 소아 발열질환인 가와사키병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어린이 괴질’로 의심받던 질환인데 급성 열성 혈관염의 일종이다. 다양한 모양의 피부 발진, 결막 충혈, 손·발가락 끝의 부종과 홍반, 임파선염, 결핵예방백신(BCG) 접종 부위의 발적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개 고열과 함께 3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10~15%의 환자는 한 두가지 증상만 관찰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거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가와사키병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사망·협심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이에게 5일 이상, 39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발진·결막충혈 증상 등이 동반되면 가와사키병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