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한 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4만9천598명) 대상으로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한 결과, 4만4천460명(투표율 89.6%)이 투표해 2만3천479명(52.8%)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고,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완전 타결을 끌어냈다.
현대차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은 지난달 13일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노사는 올해 코로나19 위기와 친환경 차로 전환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에 공감하고 교섭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교섭 전부터 소식지 등을 통해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집중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생산 자동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환경 변화 속에서도 연간 174만 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등 일자리 지키기에 뜻을 모았다.
또 향후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전용공장 지정을 논의하고 고용 감소 위험이 큰 부문부터 직무 전환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내부적으론 조합원들 반발이 컸던 ‘시니어 촉탁제’ 변경에도 노사가 합의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인데, 대다수가 기존 재직 기간에서 일했던 근무 조가 아닌 다른 근무 조에 배치된 탓에 불만이 있었다.
올해 교섭에서 회사가 이를 반영해 시니어 촉탁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 지원을 위해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잠정합의안 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국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합원들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일자리를 지킨 것에 찬성표를 준 것 같다”며 “부족했던 부분은 내년 교섭에서 채우겠다”고 말했다.
조인식은 이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파업기로 선 한국G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난 5월. 한국GM은 창원시 등 사업장 소재 지방자치단체에 전기·가스·상하수도 요금의 납부유예를 요청했다. 코로나19 탓에 차량 판매가 되지 않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짜낸 고육책이다. 실제 지자체가 납부유예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GM은 조금이나마 숨을 돌리게 됐다. 이 회사는 동시에 팀장 이상 간부급 직원의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기로 했고 임원은 여기에 10%의 임금을 추가 삭감했다. 한국GM은 지난 6년간 누적 4조7,4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힘겹게 사업을 끌고 나가고 있는 한국GM이 최근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고용부는 지난 15일 한국GM에 부평공장(797명)과 군산공장(148명)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 945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협력업체 소속이던 이들의 근로형태가 불법파견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직접 고용을 명령한 것이다.
한국GM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수년 전만 해도 한국GM의 사내 하도급 근로를 칭찬했던 고용부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고용노동부는 한국GM의 사내 하도급 현황을 조사한 뒤 이 회사를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고용부의 직고용 대상 중에 이미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의 직고용 지시는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고용부는 창원이나 부평 등 다른 공장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한국GM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군산공장에서는 별도의 인사·관리팀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사업장이 없어진 시점에서 고용명령은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허 카젬 사장은 검찰로부터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다. 고용부가 검찰로 보낸 이 사안을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과정에서 카젬 사장의 출국을 올 초 금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카젬 사장은 검찰 수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적이 없고 성실히 협조했는데 출국금지는 과한 조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가 도주 우려가 있겠느냐”며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본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데 출장조차 가지 못하게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한국GM 노조는 회사의 적자와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달 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노조원 80% 이상이 찬성했고 전날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한국GM은 별도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30여건에 시달리고 있다. 도급직 직원 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원고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자 비슷한 소송이 ‘릴레이 하듯’ 벌어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도 일감이 많지 않은 한국GM으로서는 파견 직원까지 직고용하라는 압박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정부와 노조가 기업과 힘을 합쳐 싸우는데 한국은 정부·노조가 오히려 내부에서 상처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는 GM이 오는 2028년까지 한국GM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창원공장 투자도 진행 중인 만큼 철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며 “매우 이기주의적 행태”라고 꼬집했다. /김능현·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