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자동차는 운전자의 분신 같은 존재다. 운전자를 태우고 가고 싶지만 걸어서는 가기 힘든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그곳이 도시처럼 문명으로 채워진 곳이 아니라 자연 속 오프로드라면 더욱 그렇다. 돌이나 물로 채워진, 길 아닌 길을 가르고 헤치며 경사로를 넘어야 한다. 이때 자동차는 그야말로 자연 속으로 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운전자의 분신이자 보호자다.
한국GM이 미국에서 데려온 픽업트럭 ‘리얼 뉴 콜로라도’는 이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차다. “100년이 넘는 GM 픽업트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게 한국GM의 자신감 담긴 소개다. 지난 16일, 이 트럭의 오프로드 시승 행사에 다녀왔다. 아직 개발 되지 않은 영종도 오성산을 한국GM 측에서 깎고 쌓아 만든 코스다. ‘이런 델 차가 지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진흙탕과 가파른 경사면, 바윗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승 전 코스를 보며 든 약간의 불안함은 시승 후 ‘이 차를 타고 어떤 길이든 갈 수 있다’는 든든함으로 바뀌었다. 세련된 도심 속 차들과는 분명 또 다른 진한 매력이 느껴졌다.
우선 ‘도강’ 코스부터. 차를 타고 물살을 가르는 일은 처음이었다. 제법 수심이 깊어 바퀴 절반 이상이 물에 잠겼지만 리얼 뉴 콜로라도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물살을 가르며 전진했다. 시승일 전에 내린 비로 자연히 만들어진 깊은 진흙 길 또한 마치 발판이라도 있는 듯 탈출했다. 취재진을 안내한 인스트럭터는 “너무 쉽게 빠져나와서 쉬운 코스처럼 보이지만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바퀴가 박혀 탈출하기가 쉽지 않은 정도의 진흙”이라고 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는 경사로 코스는 아찔할 정도였다. 경사각이 35도에 달하는 비포장 흙길을 육중한 체구의 트럭이 넘을 수 있을까 갸우뚱했지만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35도의 오르막길을 거뜬히 넘더니 같은 각도의 내리막길은 마치 흙을 움켜쥐는 자동으로 적절한 제동을 하면서 내려왔다. 이 때 새롭게 추가된 기능인 ‘힐 디센트 컨트롤’이 한몫을 했다. “언덕을 오르내릴 때 필수적인 기능”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가파른 흙무더기를 사선으로 넘는 코스에선 리얼 뉴 콜로라도의 차체 강성이 빛을 발했다. 바퀴 한 쪽이 완전히 허공에 뜨는 장면이 계속 연출됐지만 이 픽업트럭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넘었다. 다른 차라면 내부에서 잡소리가 나고 장기적으로는 차량이 뒤틀릴 수 있는 각도였다. 그러나 리얼 뉴 콜로라도의 고강성 풀박스 프레임 바디는 이를 거뜬히 견뎌내 붕 뜬 차량 내부에 앉아있는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선사했다.
경쟁모델보다 큰 1,170ℓ의 적재 용량은 아웃도어 활동에 풍성함을 선사한다. 부피가 큰 자전거나 서핑 용품 등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바깥 여가 활동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요즘, 리얼 뉴 콜로라도는 아웃도어 감성을 더욱 배가시켜 줄 듯하다.
트럭인 만큼 일상용 ‘퍼스트 카’로 사용하기엔 불편하다. 주행 성능은 나무랄 데 없다. 3.6리터 가솔린 엔진이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에서도 웬만한 SUV의 느낌을 낸다. 그러나 픽업트럭의 외모와 5,395㎜의 긴 전장은 주차 등 일상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이제는 국내에서 필수 옵션이 된 버튼 시동 스마트키도 없다. 전 모델 예외 없이 열쇠를 꽂고 돌려야 한다. 한국GM 측은 “픽업트럭 감성에는 열쇠가 맞고, 차량을 설계하고 만든 미국 쪽에서는 스마트키 옵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차량이어서 그런지 국산 경쟁 모델보다 700만원가량 비싼 가격도 다소 부담이다. 하지만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 마니아라면 리얼 뉴 콜로라도는 분명 제 역할을 충분히 다 하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