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고] ‘K건설’ 붐을 위한 선결 조건

박홍근 서울대 교수·건축학

글로벌 경쟁력 순위 12위로 하락

건설 규격 국가표준 선진화 절실

표준화된 압연 강재 사용 가능한

'H형강 규격 확대' 심의 서둘러야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구조기술사)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구조기술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방역체계가 ‘K방역’이라고 불리며 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금껏 선진국들을 따라잡기에 바빴던 우리나라가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를 맞아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역량을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0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조사 대상 63개 국가 중 23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보다 5계단 상승한 것으로 이로써 우리나라는 프랑스·일본·이탈리아를 앞지르게 됐다. 더불어 세계 10위권 경제력,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 열풍, 손흥민 등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이전 산업화 시대에 흘렸던 땀이 경제를 넘어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 발전의 토양이 됐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토양이었던 건설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평가한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2016년 6위에 오른 후 하락을 거듭, 지금은 12위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건설 전문가들은 내수시장 위주의 상황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재도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설계 및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건설규격 국가표준(KS)의 선진화가 우선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설 분야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매우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국제건설시장에서 건설규격 기준과 표준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국내 건설산업의 글로벌스탠더드에 준하는 기준과 표준을 제정하는 것은 건설산업의 해외경쟁력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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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건설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은 2016년부터 건설용 강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KS 선진화에 착수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H형강의 품질 관리 기준 강화 및 ‘건설용 강재 24종 강도 및 성능 상향’ 추진에 이어 지난해는 3단계로 기존 82종에 94종의 규격을 추가하는 ‘H형강 규격 확대’가 개정 발의됐다.

선진화된 건설 설계법에 부합하고 최적화 설계가 가능하도록 H형강 규격 확대를 추진했지만 1년여에 걸친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등으로 추가 규격이 94종에서 30종으로 축소됐다. 현재 KS 개정 예고고시가 발표됐고 마지막 단계로 기술심의만 남겨놓고 있다.

H형강 규격 확대는 엔지니어와 시공자에게 높은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다. 대형 강재가 필요한 공정에서도 표준화된 압연 강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적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궁극적으로는 국제적인 표준에 적합한 압연 강재 규격을 다양하게 마련함으로써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관련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의 과정에서 추가 규격이 많이 축소돼 아쉬운 감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루려면 30종의 규격이라도 하루빨리 KS에 추가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근간을 이뤘던 건설산업이 ‘K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한류 붐을 일으키는 작은 발판이 될 것이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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