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문화재의 뒤안길]경주 월성 '고환경 연구'

땅속 씨앗 등 확인...5세기 신라 경관 복원

발굴조사로 추정 복원해 그린 월성해자 주변. /사진제공=문화재청발굴조사로 추정 복원해 그린 월성해자 주변. /사진제공=문화재청



발굴조사는 역사적인 사실뿐만이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생활했던 환경을 밝혀내기도 한다. 이를 ‘고환경 연구’라고 하는데 옛사람이 생활했던 환경, 그리고 사람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고환경 연구는 땅속에 남아 있는 여러 구성 요소의 변화 모습을 읽어내는 일이다. 사람과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 독특한 환경을 경관(景觀)이라 하는데 고환경 연구가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관의 복원’이다.


지금 경주 월성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넘어 이러한 경관 복원 작업이 같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70종이 넘는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를 확인했고 흙 속에서 과거의 꽃가루도 확인했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자연과학적 연구를 통해 5세기 어느 여름날 경주 월성의 경관을 복원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5세기 무렵, 경주 월성을 둘러싼 북쪽 해자에는 물이 차 있었고 이 해자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조성됐다. 가시연꽃 씨앗만 2만점 넘게 출토된 것으로 짐작해본다면 이 식물이 해자의 경관에서 가장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해자 근처에는 초본류, 즉 풀이 주로 자라는 환경이었으리라. 그리고 북쪽으로 더 나아가면 지금의 계림과 소하천인 발천 일대를 중심으로 느티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느티나무 숲은 남천·형산강 등의 강변 평지에서 숲을 이루고 있었고 주변 산지에는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 존재했다고 추정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경주 월성 발굴조사와 연구들이 조금 더 진척된다면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을 단순히 상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가상현실(VR) 기술 등과 접목해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종훈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