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신동’ 소리를 들었던 이창우(27)가 7년의 기다림 끝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창우는 27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 동·서 코스(파72·7,235야드)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를 쳐 공동 선두로 정규라운드를 마친 뒤 연장전에서 김태훈(35)과 전재한(30)을 차례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창우는 2013년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해 ‘명인열전’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그 해 9월에는 KPGA 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 잡는 아마추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큰 기대 속에 2015년 KPGA 투어에 입성한 그는 정작 프로 무대에서는 아마추어 시절의 위용을 보이지 못했다. 2016년 두 차례 준우승 등으로 상금랭킹 6위에 오르며 이름값을 했으나 이후 하락세였다. 2018년 부진으로 투어카드를 잃고 지난해 2부 투어에서 절치부심했던 그는 시드전을 거쳐 이번 시즌 정규 투어에 복귀했다. 올 들어 개막전 부산경남오픈 공동 5위, 군산CC 오픈 4위, KPGA 오픈 공동 9위 등으로 출발이 좋았던 이창우는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KPGA 투어 통산 2승째이자 프로 데뷔 이후 첫 승이다.
까다롭게 세팅된 코스에서 이창우의 안정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나흘 내내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지 않은 선수는 이창우가 유일했다.
이날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창우는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연장전에 끌려갔다. 7년간 기다려온 우승은 4차 연장 접전 끝에 찾아왔다. 18번홀(파5)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김태훈이 티샷을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탓에 먼저 탈락했다. 이어진 전재한과의 2인 연장 승부도 쉽지 않았다.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과 연장 1차, 3차전에서 모두 2m 남짓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던 터라 불길한 예감마저 들 법했다. 하지만 이창우는 홀 위치를 바꾸고 같은 18번홀에서 치른 4차 연장전에서 80m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환상적인 끝내기 샷 이글로 우승을 자축했다. 우승상금은 2억원이다.
이창우 못잖게 우승에 목말랐던 전재한은 공격적인 플레이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이름을 알렸다.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와 호주, 미국에서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쌓은 그는 2012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일본 투어를 거쳐 KPGA 투어에는 이번 시즌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다. 통산 4승에 도전한 김태훈은 시즌 최고 성적이자 세 번째 톱10 입상에 만족해야 했다. KPGA 선수권대회에서 투어 사상 최초로 월요 예선 통과자 우승 대기록을 세웠던 김성현(22)은 한때 선두를 달리다 13, 14번홀 연속 보기에 발목을 잡혀 함정우(26)와 함께 공동 4위(1언더파)를 차지했다.
이창우는 우승 뒤 “이번 우승으로 제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인 CJ컵에 나가는 것이 올해 목표이고 아마추어 때 마스터스에 나갔으니 (향후 PGA 투어에 진출해) 프로가 돼서도 다시 마스터스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