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구글 같은 포털업체와 배달앱·숙박앱 등을 서비스하는 대형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이 앞으로는 입점업체들에 부과하는 수수료 기준 및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 또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입점업체의 각종 정보가 플랫폼에 노출되는 기준을 각 업체에 알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오는 11월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며 “이번 법안은 온라인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았으며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되 동의의결제도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음식 배달, 앱마켓, 숙박업소 예약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 사이트, 오픈마켓,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 사이트, 검색광고 사이트 등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수수료 수입)이나 중개거래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곳에 적용된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핵심은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 부과’다. 온라인플랫폼은 거래조건 중 주요 사항을 담은 계약서를 만들어 입점업체에 의무적으로 배포해야 한다. 또 계약 내용을 바꿀 경우 최소 15일 이전에 이를 통지하도록 했다. 서비스를 일부 제한하거나 중지할 경우 7일 전에 알리도록 했으며 계약해지 시에는 30일 전에 내용과 이유를 고지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시정명령을 내렸는데도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보복행위를 했을 경우 법 위반 금액의 2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입법예고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조성욱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가장 공을 쏟은 법안이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조성욱 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조 위원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플랫폼이 신규 플랫폼의 진입을 방해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잠재적 경쟁기업을 제거하는 등 시장 경쟁제한 우려가 상당하다”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국회 통과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공정위가 공개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근절에 초점을 맞췄다. 공정위 측은 우선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한편 계약서에 14개에 달하는 필수 항목을 담도록 했다. 계약서에 포함되는 주요 필수 항목은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타 온라인 플랫폼 이용 제한 여부 △계약기간·계약갱신·계약해지 사유 △플랫폼 상의 각종 정보 노출 방식 및 순서 △판매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분담 기준 △판매상품의 반품·환불·교환 등의 절차 및 기준 등이다.
플랫폼 업계에서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은 수수료 부과 기준 및 플랫폼 상의 각종 정보 노출 방식 항목이다. 각 업체는 이들 항목을 영업비밀로 분류할 만큼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노출순서에 대한 알고리즘까지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모호한 기준 등으로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업계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또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바꾸려면 최소 15일, 서비스 일부를 중지하려면 최소 7일 이전에 입점업체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법 적용 대상은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입점업체와 소비자 사이 거래를 알선하는 사업자로, 수수료 수입이 100억원 이내이거나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내인 업체가 대상이다. 공정위는 또 해외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자도 국내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중개할 경우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을 서비스하는 만큼 배달앱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관련 법 위반 시 과징금 한도를 법 위반 금액의 2배, 정액과징금 한도는 10억원으로 설정했다.
공정위는 또 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에도 적용해 △구입강제 행위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 △부당한 손해 전가행위 △불이익 제공행위 △경영간섭행위 등을 금지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생협약 체결을 권장할 계획이며 공정거래조정원 산하에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관련 분쟁을 해결하도록 했다.
조 위원장은 “기존에 법 체계로는 온라인플랫폼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해 제정안을 마련했다”며 “해당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속도가 빨라 법 제정을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가 너무 늦게 법 제정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11월9일까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등 이해관계자 및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대상에 어떤 사업자가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 측이 “오픈마켓은 8개 이상 사업자, 숙박앱은 2개 이상 사업자, 배달앱은 4개 이상 사업자가 해당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업체명은 별도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8일 브리핑을 통해 입점업체와 용역거래를 알선하는 서비스 제공 사업자 중 수수료 수입이 100억원 이내이거나 중개거래금액이 1,000억원 이내인 사업자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공정위는 또 규제 대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로 오픈마켓, 배달앱, 앱마켓, 숙박앱, 승차중개앱,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 및 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을 사례로 들었다. 수수료 수입이 100억원 이상인 대부분의 온라인 앱 서비스 사업자들이 규제 대상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픈마켓 사업자 중 네이버쇼핑·쿠팡·지마켓·옥션·위메이크프라이스·티켓몬스터·11번가·인터파크 등 8개 사업자가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박앱은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2곳이, 배달앱은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쿠팡이츠가 규제 대상에 해당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