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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山寺 뒤덮은 붉은 융단...꽃무릇에 취하다

[전남 함평]

700년 세월 견뎌낸 고막천석교

3,000명 승려 기거했던 용천사

발길닿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이

낙조 장관인 돌머리해변도 가볼만

1390∼1495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막천 석교는 널다리 형식으로 원래의 위치에 원형을 간직하고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다.1390∼1495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막천 석교는 널다리 형식으로 원래의 위치에 원형을 간직하고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다.



함평하면 떠오르는 것은 나비축제다. 함평은 한겨울 제주도에서 잡아온 100마리의 배추흰나비를 온실에서 10만마리로 번식시켜 개최한 ‘나비축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국구 축제명소로 부상했고, 나비의 고장으로 각인됐다. 이후 해마다 축제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함평은 원래 평야가 발달한데다 바다까지 인접해 있어 양곡은 물론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물산이 풍부한 고장이었다. 그에 더해 산과 물이 좋아 볼거리가 많은 고장으로 꼽힌다.

함평에 도착해 군청에서 만난 이복임 문화관광해설사는 “동선상 고막천 석교를 먼저 가봐야 한다”고 권했다. 고막천 석교는 돌로 만든 다리지만 목조가구의 결구 수법인 주두(목조건축물에서 기둥과 공포를 연결하는 부재)의 가구(서로 짜맞춰 조립하는 방식)법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다리의 상판은 우물마루 형식을 하고 있는데, 이는 목조 건축과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다리의 기초는 하상의 펄에 생나무말뚝을 전 구간에 박고, 그 위로 규격이 큰 장방형의 돌을 정교하게 깔아 급류에 휩쓸려 나가지 않도록 했다. 다리가 홍수에도 견딜 수 있는 이유다.

이 해설사는 “이곳 노인들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돌 사이에 틈이 없을 정도로 아귀가 잘 맞아 다리 위에서 곡식을 펼쳐 놓고 말릴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교합 부분이 헐거워진 듯하다. 얼마 전 내린 비에 하천이 다리 위로 넘치면서 떠올랐던 붕어가 돌 틈바구니에 끼어 죽어 있었다.

고막천 석교는 함평군 내 유일한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해설사는 “법정사 고막대사가 석교를 도술로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고 했지만 제방 도로 위에 있는 안내문에는 ‘서기 1390∼1495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막천 석교는 널다리형식으로 원래의 위치에 원형을 간직하고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유일의 다리로 교량사적 귀중한 자료’라고 기록돼 있다.


함평군에는 작은 암자들이 산재해 있지만 큰 절은 없다. 그중 가장 큰 사찰로는 용천사를 꼽을 수 있는데, 한때 3,000명의 승려들이 기거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시간이 지나 쇠락을 거듭해 지금은 자그마한 절로 남아 예전의 영화를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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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사 인근 꽃무릇공원. 해마다 이맘때면 꽃추릇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사진제공=함평군청용천사 인근 꽃무릇공원. 해마다 이맘때면 꽃추릇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사진제공=함평군청


용천사가 유명한 것은 절 뒤편을 뒤덮는 꽃무릇 때문이다. 꽃무릇은 9~10월 붉은 꽃이 피는 수선화과 식물로 꽃이 시든 후에 잎이 피어나고 잎이 시든 후에 꽃이 피어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뜻에서 상사화(相思化)라고 불리기도 한다. 용천사 주변의 꽃무릇도 9~10월에 만개하는데, 해마다 절정인 9월 중순께에는 이 일대에서 꽃무릇축제가 열렸지만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다.

용천사는 한때는 3,000명의 승려들이 기거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사진제공=함평군청용천사는 한때는 3,000명의 승려들이 기거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사진제공=함평군청


만개하는 꽃에 이끌려 해마다 이맘때면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꽃무릇공원 앞쪽 호수에는 징검다리와 분수대가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4㎞에 이르는 모악산 등산로와 용천사 진입도로 양쪽으로 일대를 붉게 뒤덮은 꽃무릇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돌머리 해변은 길이 1,000m의 모래밭이 펼쳐져 있으며 낙조가 절경이다.돌머리 해변은 길이 1,000m의 모래밭이 펼쳐져 있으며 낙조가 절경이다.


해가 질 무렵 함평에 있다면 성석리 석두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돌머리 해변으로 향할 것을 권한다. 석두(石頭)라는 이름은 원래 돌머리라는 우리말로 된 마을 이름을 한자어로 쓴 것이다. 이 해변은 길이 1,000m로 펼쳐진 모래밭에 넓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간만의 차를 보완하기 위해 1만2,420㎡(해수풀장 7,480㎡, 어린이풀장 4,940㎡) 규모의 인공풀장을 조성했고, 초가원두막과 야영장·주차장 등의 편의시설도 꾸며 놓았다. 기자가 찾은 날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해 낙조를 볼 수는 없었다. /글·사진(함평)=우현석객원기자

◇함평맛집-복명식당 육회비빔밥

함평의 특산물이라면 해산물로는 보리새우와 생선, 축산물로는 한우를 꼽는다. 특히 한우의 육질은 근동에서 최고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육회비빔밥이 유명하다. 함평 읍내 시장통 뒷길에는 육회비빔밥 골목이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집은 3대째 손맛을 이어오는 복명식당으로 양질의 생고기와 참기름으로 맛을 낸다. 생고기비빔밥 8,000원, 생고기 한 접시 3만원, 국밥 8,000원으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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