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 현장도 바꿔놓았다.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에 마련된 토론 무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토론 시작 전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2·3차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악수하지 않았지만 토론 주최 측의 명령으로 두 후보가 악수를 생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후보는 입장하며 서로 간단한 인사만 주고받았다.
발언대 역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설치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두 후보는 발언대에서만 토론을 이어갔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를 휘저으며 청중들과 대화하듯 토론하고, 상대 후보에 다가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토론회 방청객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토론회장에 입장한 청중은 100명 정도였다. 과거 TV 토론 당시 평균적으로 900명 이상의 청중이 자리했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취재진을 포함한 청중들은 입장 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났음을 보여주는 회색 손목 밴드를 착용한 채 입장했다. 이들은 토론회장 안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방청석 좌석은 통상적인 간격으로 배치됐지만 청중들은 간격을 두고 앉아있었다. 빈 좌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자리를 비워줘서 고맙다’는 안내판이 붙었다. 각 좌석에는 토론회 안내 책자와 항균 물티슈가 함께 배치됐다.
이 같은 이유로 후보자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지지자들의 모습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와 달리 토론회장 밖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민주당 지지자는 ‘코로나19로 20만명 넘게 죽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실패하게 했다’는 문구를 들고 시위하기도 했다.
토론회가 진행됐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내의 아트리움은 토론회 직전까지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임시 병원으로 개조돼 활용됐던 사실도 전해졌다. 토론회 주최 측은 병상 1,000개와 산호 공급용 관을 걷어내고 두 후보가 토론을 나눌 무대와 방청석, 방송 설비를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