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장기화에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은 잇따라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며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달 14일 605명의 직원이 정리해고에 돌입한다. 이스타항공은 정부에게 고용안정, 자구노력 등의 전제를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누락됐고, 이 일환으로 대규모 직원들의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반일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항공기가 잇따라 뜨지 못했고, 항공사들은 고정비용이 증가하며 자신들만의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돌리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순환휴직에 돌입하는 대신, 여객기를 화물기로 뜯어 화물 운송 늘리기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2·4분기 실적 방어는 물론 올해 추가적인 실적 방어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020560)은 KDB산업은행의 관리하에 놓이는 대신 자금을 받아 정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자회사 분리 매각을 추진하는 반면, 노선 축소 등을 통해 고정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089590)과 인수계약 해지가 선언되자마자 인원감축부터 시작했다. 사측은 노조의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으며, 이를 포함해 700여명의 정리해고 대상을 통보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298690)은 분리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티웨이항공(091810) 역시 잠재적인 인수·합병(M&A) 매물로 거론됐다.
신규 LCC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플라이강원은 복수의 기업이 인수 의사를 전달하는 한편, 유상증자 등의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운항증명(AOC)발급이 미뤄지며 고정급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AOC 신청 후 발급까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에어로케이는 11개월째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최근 50시간 시범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운항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AOC 발급도 미뤄졌다. 당초 7월에 도입하기로 했던 보잉사의 B787-9 항공기가 코로나 여파로 도입 일정이 지연됐다. 회사는 이르면 이달 말에 항공기를 인도받아 AOC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항공업계가 큰 폭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LCC들의 파산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정부 지원금은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며 “M&A가 진행되더라도 인수자가 마땅치 않아 결국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한 곳들은 파산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걸 회장은 “항공사들에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항공사 개별 지원은 기안기금 지원 기준에 입각해 이뤄질 것”이라며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뿐이며,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다 기안기금 지원요건도 충족하지 않고 있어 직접 지원은 어렵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