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통신·반도체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화웨이 제재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올해 6~8월 회계 분기의 매출이 60억600만달러(약 7조210억원)로 지난해 동기(48억7,000만달러)는 물론 직전 분기(54억4,000만달러)보다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마이크론의 호실적보다 주목받은 것은 화웨이 제재로 인해 다음 분기(9~11월)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이 회사의 부정적 전망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5일 발효된 새로운 제재로 기존에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화웨이에 대한 납품 허가가 무효화됐다며 “정부에 새로운 라이선스를 신청했지만 언제 실현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스마트폰 업체를 찾는 데는 내년 2월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에 납품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라이선스를 불허한 상황에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라이선스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마이크론과 같이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소 올해 4·4분기에서 내년 1·4분기까지는 화웨이 제재로 인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가 올 3·4분기까지 미리 사들인 반도체 재고 물량은 최소 6개월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가 모두 소진돼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는 오포·비보·샤오미 등 대체 매출처로 공급이 전환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