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코로나 재확산, 유동성 축소 가능성 등의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던 국내 증시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또 하나 더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변수가 미치는 영향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나가는 식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美 대선부터 중국 소비회복까지 변수 넘치는 10월 “변동성 대비해야”=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가 2,200~2,400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최근의 기술주 조정 등의 변수로 당분간은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여기다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지며 향후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차질이 생기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확진 소식이 알려진 후 나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2% 하락 마감했는데,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나스닥 빅테크들의 이익이 규제 강화 등으로 위축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반면 코로나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동정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지지율이 상승했다.
여기다 프랑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겨울철 독감 유행과 더불어 코로나가 재확산한다면 글로벌 경기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또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하향되는 세법 개정안이 입법을 앞둔 상황에서 개인의 대규모 매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수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 요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3·4분기 실적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 전망을 제시한 코스피 주요 상장사 147곳의 3·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소식이 미국의 추가부양책 합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좋게 평가되기도 한다. 바이든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일정까지 차질이 생긴 트럼프가 부양책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리라는 관측이다. 또 지난 1일 국경절 연휴를 시작으로 8일간의 황금연휴에 돌입한 중국의 소비 확대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유동성→ 실적 장세로…이익 개선·낙폭 과다珠 위주 접근해야=전문가들은 이처럼 각종 외부 변수에 따른 급등락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개별 변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예측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더불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고 이들 변수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리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다만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조정 가능성이 높은 성장주보다는 최근 낙폭이 커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나 상승 폭이 비교적 낮았던 가치주, 3·4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 등을 위주로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나스닥 기술주는 총체적으로 부진하지만 다우존스의 운송(철도·항공·해운)지수는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등의 대형 수출 가치주의 추세적 반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연준(Fed)의 유동성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했고 국내 증시 역시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변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고 실적이 기대되는 경기민감주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여전히 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3·4분기 순익 컨센서스는 8월 말 기준 약 26조원에서 9월 24일 기준 2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상향됐지만 1~3분기를 합쳐서 비교해볼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6.4% 감소했다”며 “본격적인 실적 장세에 돌입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는 ‘한국형 뉴딜’ 등 성장주에 유리한 정책 환경이 계속되고 있기에 성장주의 모멘텀은 아직 유효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