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5일 여당 지도부 처음으로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병역특례를 논의해야 한다”며 대중문화 분야로 병역특례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BTS가 1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국위선양 효과를 거두고 있어 군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어진 사명이지만 모두가 반드시 총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현재 병역특례는 특정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는 체육·예술인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체육인 중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예술인 중에서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와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가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를 통해 대중문화 분야에도 병역특례를 제공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자는 게 노 최고위원의 제안이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아티스트 본인이 과거에 언급했던 것 외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TS에서 출생연도가 가장 빠른 멤버인 진은 지난해 4월 미국 CBS ‘선데이 모닝’에 출연해 병역 문제에 대해 “한국인으로서는 당연한 의무이고 나라가 부른다면 저희는 응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바 있다.
BTS 팬들 사이에서는 민감한 병역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게 반갑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위터 등에서 팬들은 “본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정치권에서 나서나. 타당한 근거를 들고 제안하든가” “신경 끄고 본인 집안 단속이나 잘 하시라”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팬으로서 병역이 면제되면 좋겠지만 국가가 정하는 일이니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치권이 불과 2년 전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폐지론’을 꺼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안이 원칙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8년 아시안게임 당시 야구선수 오지환씨가 경찰청이나 상무 복무 대신 국제대회 금메달로 병역을 대체하려 했다는 논란이 일자 여야 관계없이 국회는 ‘폐지’를 주장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이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전문기술을 가지고 해당 분야의 산업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라며 “병역특례제도라는 것이 전근대적이고 천민적 발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당정은 ‘병역 연기’를 통해 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어 BTS를 위한 병역 혜택 제안이 과하다는 지적도 새어나오고 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앞서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우수자에 대해 징집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을 문화체육관광부·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쳐 발의한 바 있다. 병역을 연기할 수 있다면 특례를 제공해 활동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김인엽·박준호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