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몸 상태가 좋다며 곧 선거전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금융가는 트럼프의 조기퇴원에도 되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와 민주당의 상원 장악까지 예상하는 ‘블루웨이브’에 대비하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대외활동이 어려운 트럼프가 어떤 카드로 돌파구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후6시38분께 파란색 정장을 차려입고 워싱턴DC 인근의 월터리드 군 병원을 나섰다. 그는 백악관에 얼마나 많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고맙다”고만 했다. 이어 백악관행 헬기까지 이동하기 위한 차량에 타기 전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도착한 뒤에도 2층 발코니로 올라가 마스크를 벗은 뒤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세웠다. 취재진이 보고 있는 헬기 쪽을 향해 두 차례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트위터에 “곧 선거 캠페인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뉴스들이 허위 여론조사를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퇴원 전에는 “코로나19를 두려워 말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며 “트럼프 정부에서 정말로 엄청난 약과 관련 지식이 쌓이고 있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면서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약하게 보일까 두려워 전날 퇴원을 요구했으나 의료팀이 이를 만류했으며 결국 깜짝 외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경시하면서 백악관으로 돌아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업무복귀 시점조차 미지수다. 이날 대통령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다”면서도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다. 대통령이 열흘 정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번 주말까지의 건강상태가 회복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이 무늬만 퇴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의료진이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백악관에서 치료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에 환호했다. 정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이날 다우가 전거래일 대비 1.68%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이 각각 1.80%와 2.32% 상승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을 전후해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을 석권하는 블루웨이브를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 시 법인세 인상 같은 증세로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대규모 재정지출이 이뤄지면 되레 시장과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임스 매코믹 나트웨스트마켓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주식에 완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세금 문제가 존재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고 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블루웨이브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의 전망을 수정한다”며 “(블루웨이브가 될 경우) 최소 2조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이 대통령 취임식 날인 내년 1월20일 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민주당의 부양책으로 국내총생산(GDP)이 2~3%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