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면 과세 대상 주식보유 금액이 지난 2019년 말 기준 200조원에서 241조원으로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아진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 말을 앞두고 증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 가장 긴 6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증시 이탈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주식 양도소득세를 둘러싼 논란은 증시를 넘어 국정감사에 돌입한 정치권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9일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개인투자자 주식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종목별 보유 금액이 3억원 이상인 주주의 보유 금액 합계는 241조5,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새 과세 기준에 해당하는 주주 수는 9만3,500명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2,580만8,345명의 0.36%에 그치지만 새 과세 기준에 따른 주식 보유 금액 합계는 3억원 이하 보유 금액을 포함한 전체 보유 금액 417조8,893억원의 57.8% 수준이기 때문에 과세 회피 물량이 출회될 경우 전체 증시에 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 주식 금액이 현행 기준인 10억원 이상인 주주 수는 전체의 0.05%인 1만2,639명이며 보유 금액은 199조9,582억원으로 전체의 47.8%다.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금액이 3억원으로 낮아지면 과세 대상 주주 수는 639.8%, 해당 주주의 주식 보유 금액은 20.8% 각각 증가한다. 더군다나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코스닥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난 3월의 급락장에서 회복해 지난해 말 수준을 넘어서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주주 수 및 주식 보유 금액은 2019년 말 기준 규모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5조5,000억원 순매도를 보였지만 올해는 57조원가량을 순매수한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까지 확대되면 결국 과세 대상 금액은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위원장은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이 보유 금액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진 2017년 말에는 약 5조1,000억원,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진 2019년 말에는 약 5조8,000억원 규모로 개인투자자 주식 순매도 금액이 다른 해의 1조5,000억원대보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양도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2017년 말 15억~25억원 보유 주주의 주식 보유 금액 합계가 7조2,000억원, 2019년 말 10억~15억원 보유 주주는 약 5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새 기준 적용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 3억~10억원 보유 주주의 주식 보유 금액 합계는 41조원에 달해 과거보다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매도세가 더욱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센 반대 여론에도 기획재정부가 3억원으로 양도세 부과 기준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자 정치권도 최근 제동을 걸고 있어 향후 제도 개선이 현실화할지 관심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병욱·양향자 의원이 그동안 양도세 부과 기준 인하(대주주 요건 확대)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이어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2년 후면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도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관련법 개정에 나설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