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정부가 국민 세금인 공공자금으로 조성한 ‘녹색펀드’의 민간투자 창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녹색산업 지원을 내걸고 마련된 녹색펀드 23개는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0.57배에 불과했고 15개는 정부의 관리 부실로 성과 분석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 뉴딜’을 주요 축으로 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중점 국책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이전 정부 출자 녹색펀드에 대한 정교한 사후평가와 제도 개선이 없으면 국민 세금이 또다시 ‘눈먼 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정부 부처로부터 정부가 출자한 녹색펀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3개 펀드의 모집액은 4조851억원으로 이 가운데 공공출자액이 2조6,063억원, 민간출자액은 1조4,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모집액 중 민간자금 비중은 36.2%에 불과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공자금 대비 민간자금으로 계산한 민간투자 창출비율은 0.57배에 그쳤다. 공공자금이 민간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마중물로서 역할을 해 더 많은 민간투자를 창출했다면 이 비율이 최소 1배가 넘어야 한다. 결국 ‘0.57배’는 정책성 녹색펀드의 대부분이 국민 세금인 공공자금에 의존해 조성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23개 펀드 가운데 민간투자 창출비율이 1배 미만인 펀드는 총 10개였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출자한 ‘코에프씨 스카이레이크 그로쓰 챔프 2010의 5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0.55배, ‘산은-KoFC 제1호 녹색인증 사모증권투자신탁’이 0.06배 등으로 민간 투자를 거의 이끌어내지 못한 사례로 지적됐다.
이 펀드들의 최종 투자액은 3조5,983억원으로 총 모집액 대비 투자액 비율은 79%였다. 하지만 펀드 운용을 맡은 일부 운용사는 투자금을 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매년 일정 수수료를 받아갔다. 민간 운용사가 이들 펀드 운용으로 수취한 수수료는 총 2,333억원으로 집계됐다. 민 의원은 “운용사들은 모펀드, 자펀드 식으로 펀드를 구조화해 저조한 직접투자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이중, 삼중으로 수취하는 경우도 빈번했다”며 “투자를 집행하지 않아도 운용사가 매년 일정 수수료를 수취하는 시스템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자료 제출 미비로 상세 분석조차 이뤄지지 못한 정책성 녹색펀드도 15개에 달했다. 에너지공단이 출자한 ‘한국사모 탄소 특별자산1호 투자회사’,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출자한 ‘아주IB솔본 첨단융합 혁신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이다. 여전히 공공자금이 들어가 있는 펀드들임에도 정부 및 공공기관이 사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5년간 20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도 비슷한 궤적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는 정부·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운용사가 자펀드를 만들고 금융사·연기금과 국민이 여기에 13조원을 투자하는 구조다. 이제까지의 전례가 반복되면 이번에도 민간투자 창출이나 적절한 시점에서의 자금 회수, 환경 개선 평가 등 정책펀드의 존재 목적이 또다시 흐릿해질 수 있다.
민 의원은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공공성과 책임성을 갖춘 녹색금융기관이 펀드 운용·출자와 사후관리를 담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