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이 또 유찰됐다. 이번이 세 번째로, 재입찰 계약 조건이 직전 입찰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는 만큼 기업들이 참여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만큼 이를 고려한 임대료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입찰 신청서 등록을 마감한 제1터미널 6개 면세 사업권 입찰에 대기업 사업자 1곳과 중소·중견기업 사업자 1곳만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입찰이 이뤄지려면 1구역에 2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 해 참가업체 수 부족으로 유찰됐다. 이번 입찰전에 참여한 사업자는 신세계(004170)면세점과 그랜드면세점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차 입찰 때도 6개 사업권 중 5개 사업권에 각각 1곳만 참여해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쟁 입찰이 연달아 유찰됨에 따라 업계서는 공항이 수의계약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의계약은 협상으로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면세점은 공개 입찰 때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 다만 4차 입찰까지 갈 경우 지금보다 최소보장금 등이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에 13일 입찰 포기를 선언하거나 수의계약 진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의 계약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며 “국토부와 협의도 해야 하고 당장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2곳이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4곳의 사업권은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같은 조건으로 2번이나 유찰된 만큼 4차 입찰에는 임대료를 대폭 감면하는 등의 계약 조건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여객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영업료(매출액에 품목별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만을 납부하도록 하는 등 계약 조건을 낮춰 2차 공고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임대료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같은 조건으로 2번의 유찰이 난 만큼 기존 조건을 재조정해야 하는데 최근 구본환 전(前) 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 인천국제공항의 골프장 스카이72 운영권을 둔 잡음 등 이슈가 산적해 있어 다음 재입찰 공고가 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