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비(非)강남권에서 30평형(전용 84㎡) 기준으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 가격은 20억 원이다. 최근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에서 전용 84㎡가 20억원에 거래되며 ‘비 강남권 20억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강남권에서 가장 비싼 30평형 아파트를 팔아도 강남에서 같은 평형의 전셋집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새 임대차법의 여파 등으로 강남3구 30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20억 원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전세대란이 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전용 84㎡ 전세 20억 시대 성큼>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된 이후에는 강남 3구 주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기록이 꾸준히 경신되면서 사상 첫 ‘전용면적 84㎡ 전세 20억원 시대’에 다가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94㎡(9층)가 전세보증금 17억 원에 계약되며 신고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개포동 일대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다른 강남권 인기 단지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치동의 대장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전용 84.97㎡(4층)가 지난 8월 전세보증금 17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전용 84.99㎡(2층)도 지난달 25일 16억원으로 역시 최고가에 계약이 이뤄졌다.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현상은 각종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10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67주, 수도권은 6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KB주택가격동향’에서도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의 전세수급지수가 직전 주(190.5) 대비 상승한 192.0을 기록하면서 지난 2015년 9월 말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비 강남 30평형 최고가 아파트 팔아도 강남 전세 어렵다>
동작구 흑석동에서 전용 84㎡가 20억원에 거래된 이후 ‘비강남 20억 클럽’ 가입 사례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염리동의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의 분양권(2021년 입주 예정)이 최근 18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구 대흥동의 ‘신촌그랑자이’ 전용 84㎡도 지난 7월 17억8,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해당 평형의 매매 호가는 현재 20억원에 육박한다. 마포구뿐 아니라 종로구의 ‘경희궁자이’도 8월 17억8,500만원에 계약된 바 있다.
하지만 강남3구 지역에서 20억원에 근접한 30평형 아파트 전세 거래가 잇달아 나오면서 강북 30평형 아파트를 팔아도 강남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재계약에 나서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3기 신도시 등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