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퍼레이트 배싱(corporate bashing·기업 때리기)’이 선무당 사람 잡듯 춤을 춘다.
주주가치론 허상에 잡혀 해외 투기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좋은 지배구조라는 미망에 빠져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남발한다. 당정의 ‘기업규제 칼춤’으로 기업들은 장기 성장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도 너무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구시대 유물인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기업 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 7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경총 회장단은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더해 우리 사회에 역병처럼 번지고 있는 반기업 정서에 대해 치를 떨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금처럼 반기업 정서가 강했던 적은 없었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해외 경쟁국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비 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은 역주행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감사위원 분리선임 3%룰은 주주가치론을 표방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오히려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세력이 소액주주를 내세워 대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다.
경영계와 학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갈등 등 역대급 난관을 뚫고 우리 기업들이 다시 뛰게 하기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좌파는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기에 정경유착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이후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1980년대식 논리에 매몰돼 있다”며 “정부의 반시장주의 정책은 서둘러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기업규제 3법은 수정돼야 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시스템은 자본시장 선진국인 영국·미국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는데 정부는 이들 국가에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이 없는 논리적 배경을 따져보고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전희윤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