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2억뷰 'K흥 열풍' 이날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1일 1범’ 신드롬

2018년 음악극서 합 맞추며 의기투합

“클럽서 춤추며 듣고 부를 음악 만들자”

앰비규어스와 협업 이미 유튜브서 화제

“국악 대중화? 즐겁게 음악하는 게 목표”

최근 이날치의 흥겨운 음악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개성 넘치는 안무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서울편./사진=유튜브 캡쳐최근 이날치의 흥겨운 음악과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개성 넘치는 안무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서울편./사진=유튜브 캡쳐



‘범 내려온다 / 범이 내려온다 / 장림 깊은 골로 / 대한 짐생이 내려온다.’

범 한 마리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반복되는 가사와 중독적인 멜로디로 ‘국악판 수능 금지곡’으로까지 불리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 댄스컴퍼니의 서울·부산·전주 홍보 영상은 ‘범 내려온다’ 음악에 어우러진 개성 넘치는 춤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들 영상 세 편은 2개월 만에 온라인 소셜미디어 조회 수 2억 뷰를 넘겼다. 하루에 한 번 범 내려온다를 듣는다는 ‘1일 1범’이란 말까지 생길 정도로 ‘K흥 열풍’의 중심에 선 이날치는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화상 간담회에까지 등장하며 그 인기를 또 한 번 입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3일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한국 홍보 동영상 2탄으로 강릉·목포·안동편을 공개했다. 앞서 1탄인 서울과 부산, 전주 소개 영상은 공개 두 달여 만에 소셜네트워크 조회수 2억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안동편에 출연한 이날치의 신유진(앞줄 왼쪽부터), 이나래, 정중엽, 이철희, 장영규, 권송희, 안이호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뒷줄)단원들./사진=유튜브 캡쳐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3일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한국 홍보 동영상 2탄으로 강릉·목포·안동편을 공개했다. 앞서 1탄인 서울과 부산, 전주 소개 영상은 공개 두 달여 만에 소셜네트워크 조회수 2억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안동편에 출연한 이날치의 신유진(앞줄 왼쪽부터), 이나래, 정중엽, 이철희, 장영규, 권송희, 안이호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뒷줄)단원들./사진=유튜브 캡쳐


대중에겐 혜성처럼 등장한 국악 밴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날치는 2018년 결성돼 새로운 시도와 음악성으로 주목받아 온 팀이다. 멤버인 장영규(베이스), 이철희(드럼), 정중엽(베이스), 권송희(보컬), 이나래(보컬), 신유진(보컬), 안이호(보컬)는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는 유명한 실력파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멤버들. (왼쪽부터)정중엽, 이철희,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장영규./사진=난파 제공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멤버들. (왼쪽부터)정중엽, 이철희, 안이호, 이나래, 권송희, 신유진, 장영규./사진=난파 제공


“국악의 대중화 같은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지금처럼 즐겁게 이 밴드로 음악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들은 지난 6월 정규 앨범 1집 ‘수궁가’ 발매 당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밴드의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모든 게 ‘재미’에서 시작됐다. 2018년 음악극 ‘드라곤킹’에서의 만남이 판을 깔았다. “음악극 반응이 좋았는데, 이렇게 밴드를 만들어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장영규) 영화 ‘곡성’, ‘암살’ 등의 음악감독 장영규, 그와 민요 록 밴드 ‘씽씽’에서 활동한 이철희,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정중엽, 이 세 명의 연주자와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 등 서로 다른 명창을 사사(師事)한 젊은 소리꾼 넷이 그렇게 뭉쳤다. “클럽에서 들으면서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재료는 수궁가요, 결과는 댄스 음악인 ‘이날치’가 탄생했다”는 게 장영규의 설명이다. 참고로 이날치는 소리와 줄타기로 유명했던 명창의 이름이다. ‘범 내려온다’는 토끼 간을 찾아 뭍으로 올라온 별주부가 호랑이와 만나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정규 앨범에 실린 어류도감, 신의 고향, 약일레라, 좌우나졸, 약성가 등 다른 노래들도 모두 수궁가의 주요 대목을 골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전 이미 화제가 됐던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범 내려온다’ 온스테이지 영상./사진=유튜브 캡쳐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전 이미 화제가 됐던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범 내려온다’ 온스테이지 영상./사진=유튜브 캡쳐


악기 구성도 신선하다. 밴드인데 악기는 베이스와 드럼뿐이다. 기타 파트는 과감히 없앴다. 화성적이지 않고 문학의 역할이 큰 게 판소리의 강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맛을 살리기 위해 악기 반주로 리듬을 만들고 여기에 어울리는 대목을 얹어 자르고 반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판소리에선 길어야 1분 30초인 ‘범 내려온다’ 부분은 그렇게 중독성 있는 후크송으로 거듭났다.


즐기는 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던가. ‘한번 놀아보자’는 이날치의 외침에 관객은 흥으로 화답했다. 색다른 음악과 무대가 호평받았고, 범 내려온다의 온스테이지 유튜브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500만 뷰를 넘겼다. 중독성 강한 음악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독특한 춤사위가 더해진 감각적인 영상은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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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인터뷰에서 이들이 밝힌 바람은 현실적이었다. “음악 하면서 공무원(국공립단체 소속 단원)을 꿈꾸는 게 아니라, 평범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안이호) “다음 앨범까지 잘 연결돼서 오랜 시간 이 밴드로 활동하고 싶습니다.”(이철희) “국가 지원금 없이 자체 활동으로 살아남는 선례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권송희) “지금의 반응이 한때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계속 확장돼 음악 시장 안에 섞이길 바라죠.”(이나래) 대중적인 인지도와 화제성이 그야말로 ‘빵 터진’ 지금도 이들의 치열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3일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한국 홍보 동영상 목포편/사진=유튜브 캡쳐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3일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한국 홍보 동영상 목포편/사진=유튜브 캡쳐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3일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한국 홍보 동영상 후속편인 강릉·목포·안동 편을 공개했다. 이들 영상에는 각각 ‘약일레라’,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신의 고향’이 담겼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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