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더 CJ컵 초대 챔피언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우승하고 몇 달 뒤에 생애 첫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브룩스 켑카(미국)가 더 CJ컵 우승과 동시에 세계 1위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더 CJ컵은 ‘월드 넘버원’ 배출 대회라는 인상을 주게 됐다.
4회째를 맞은 올해는 욘 람(스페인)이 토머스·켑카의 뒤를 이으려 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섀도크리크GC(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 1라운드에서 람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7언더파 단독 선두 티럴 해턴(잉글랜드)에 2타 뒤진 공동 4위다.
2017년부터 3년간 매년 1승씩을 올린 람은 올해 7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8월 플레이오프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BMW 대회에서는 20m짜리 연장 끝내기 버디 퍼트로 20억원을 챙겼다. 7월에 처음 세계 1위에 올라 2주간 자리를 지키는 등 총 4주간 왕좌를 경험한 람은 세계 2위로 더 CJ컵에 나왔다. BMW 대회 준우승자이자 현재 세계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하면서 람은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람은 이날 경기 중 코스 내 쓰레기통을 뒤지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16번홀(파5) 드라이버 샷을 왼쪽으로 잘못 보낸 뒤 장갑이 문제인 듯 바로 벗어서 버렸는데 골프백에 있던 여분을 꺼내보니 잘못된 사이즈의 장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람은 쓰레기통에 어깨높이까지 팔을 집어넣어야 했다. 람은 “장갑이 너무 빳빳해진 나머지 그립이 불량해져 버려야 했는데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찝찝한 느낌으로 세 홀 정도를 친 람은 후반 들어 알맞은 장갑을 구해 3타를 더 줄였다. 메이저대회 US 오픈 이후 약 3주 만의 출전이라 그린에서의 감각이 문제가 될 만했는데도 람은 후반 9홀에서 퍼트로만 거의 1타의 타수 이득을 봤다.
선두 해턴은 지난주 유럽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런던에서 날아와 이글 하나와 버디 7개(보기 2개)를 몰아쳤다. 해턴은 “공을 입으로 불어도 홀을 지나가 버릴 정도로 그린 스피드가 빠르다. 1m 안쪽 퍼트를 놓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린에서의 승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25)가 두각을 드러냈다. 메이저 4승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2017년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같은 조로 친 김시우는 버디 4개와 보기 하나로 3언더파 공동 9위에 올라 ‘빅 네임’들에 첫날 판정승을 거뒀다. 매킬로이는 1오버파 공동 37위, 가르시아는 1언더파 공동 22위로 출발했다. 요즘 대세인 ‘초장타 시험’에 뛰어든 매킬로이는 최장 352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뽐냈지만 티샷 정확도가 28%에 머물렀다. 무릎 부상 후유증을 딛고 두 달 만에 돌아온 켑카도 드라이버 샷을 360야드까지 보냈으나 페어웨이 안착률은 42%에 그쳤다. 2오버파 공동 46위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소속 중에서는 국내 대상(MVP) 포인트 1위인 김한별이 2오버파로 가장 잘했다. 1·3회 대회 우승자 토머스는 이븐파 공동 3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