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미국이 3조달러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재정적자가 지난해보다 세 배 늘어난 3조1,000억달러(약 3,553조원)라고 밝혔다. 지난 2019회계연도 적자는 9,800억달러였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폐쇄)에 세입이 급감하고 각종 지원책에 지출이 폭증한 결과다. 실제 2020회계연도 세입은 3조4,200억달러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반면 세출은 무려 47.3%나 증가한 6조5,500억달러로 집계됐다.
미 의회는 올 3~4월 네 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지출과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6.4%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후 6개월 동안은 수입이 7.1% 급감하고 지출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4~9월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7배 넘게 증가했다. 6월만 놓고 보면 재정적자 규모는 8,640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이면서 2018회계연도 전체 적자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렇다 보니 2020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6.1%로 2차 세계대전 때인 1945년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국가부채도 크게 늘었다. 재무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국가부채는 회계연도 시작 초기 때보다 25% 증가한 21조달러로 불어났다. WSJ는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02%를 차지해 7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며 “미국은 부채가 많은 국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일본 그룹에 들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조8,000억달러를 제시했던 공화당은 21일 5,000억달러 수준의 미니 부양책에 대한 상원 표결에 나서기로 했다. 양당 간 입장차가 커 대선 전 최종 통과는 쉽지 않지만 대선 후 어떤 식으로든 추가 부양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증가하는 재정적자와 부채에 대한 큰 우려는 없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연 0.730~0.740%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WSJ는 “미국이 차입 능력의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투자자들은 재무부 채권을 계속 사들이고 있고 역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는 부채 상환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 해밀턴프로젝트 디렉터인 웬디 에델버그도 “경제 어느 곳에서도 적자로 인한 심각한 압박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