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톡’, ‘강남언니’ 등 미용·성형 정보 앱 광고에 대해 의료계가 대상 기준 확대를 정부에 압박하고 나서면서 신·구 산업간 갈증이 증폭됐던 ‘제2 타다’ 논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성형·미용 정보 앱 광고에 대한 심의강화를 담은 관련 법 개정을 정부에 압박하고 있다. 미용·성형 앱의 경우 하루 사용자수가 10만 명이 넘으면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 대상이지만, 의료계는 이를 더 강화해 일 사용자 기준을 ‘5만명 이상’으로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전 광고심의 대상이 아니던 바비톡이나 강남언니 등과 같은 미용·성형앱들이 신규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규제기준으로는) 사전심의 대상 앱이 아직 없다”면서도 “(대상 기준을 하루 사용자 5만명대로) 강화하면 (규제 대상이 많아지는 등)상황이 확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원은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서 신문이나 옥외 광고, 전광판 등을 통해 광고할 수 있다. 반면 의료 앱의 경우는 직전 3개월 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진 의료광고 사전 심의 등과 관련된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용·성형 앱의 심의 기준을 강화해 대상 앱의 범위를 넓히려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사협회 측은 미용·성형 정보 앱에 입점한 병원들에 공문을 보내 “앱 광고가 불법”이라며 탈퇴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의사협회가 독점해 온 광고 시장에 균열이 일자 규제 기준 강화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용·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서비스하는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불법 의료 광고는 당연히 근절해야 하고 대상 기준은 엄격해야 하는 게 맞는다”며 “하지만 미용 목적의 성형이나 피부과는 가격이나 재료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더 중요하다”며 미용·성형 앱을 기존 의료기준에 맞춰 규제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고객인 의료 기관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쌍꺼풀 수술을 할 경우 몇 바늘을 뚫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비용, 피부에 시술하는 재료 등이 매우 자세하게 공개되지만 국내에서는 광고로 분류돼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불법 의료광고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의료 광고를 주업으로 하는 앱에 대해서도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의료계인 구산업과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인 신산업간 갈등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늘리는 등 소비자 편익에 도움을 주는 의료·성형 앱이 피기도 전에 시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닥터가이드가 운영하는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발급 받은 처방전을 이용해 의약품을 배달 받을 수 있는 앱인 ‘배달약국’은 대한약사회의 반발로 지난달 초 서비스를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원격 의료를 허용하자 지난 3월부터 대구지역 30개 약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오다 서울 지역으로 확대하려던 중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민감한 개인의 의료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닥터가이드는 복지부에 ‘배달약국’ 서비스의 제한적 허용 가능성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하는 등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광고심의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신·구산업이 윈윈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의료 앱들이 나올 수 있는데 고객편의를 위해서도 의료계와 스타트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제2의 타다’와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