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칼럼

[동십자각] 독감백신 사태...마스크 대란 잊었나

황정원 경제부 차장

황정원 경제부 차장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다. 공급 부족 탓에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긴 행렬이 이어졌고 인터넷 카페에서는 어디에서 구매가 가능한지 묻는 글이 쏟아졌다. 정부는 물량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 덥석 공급 계획부터 발표했고 실제 현장에 가도 마스크를 손에 쥘 수 없어 국민들의 혼란과 불안은 가중됐다. 민심이 흉흉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 대책을 최우선으로 강구하라”고 지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전 직원이 마스크 공급 관리에 뛰어들었다. 개별 국, 과별로 나눠 지역별 약국을 담당했고 마스크와 전혀 업무 연관이 없는 직원들은 전국으로 출장을 다녀와야만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주사를 맞는 시즌이 돌아왔다. 최근 독감백신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마스크 대란 때가 오버랩된다. 이달 들어 지역 맘카페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어디에서 할 수 있느냐”는 문의 글이 많다. 혹여나 가능하다는 소아과나 내과가 있으면 수십 명이 줄을 서고 있다. 아예 타 지역으로 원정 접종을 다녀오기도 한다. 영유아들은 무료 접종이 가능하지만 유·무료 가릴 것 없이 백신 공급 자체가 안 되는 실정이다. 병원에 수십 통 전화를 돌려봐도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른다는 답변뿐이다.


그중에서도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취약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용 무료 백신이 턱없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이 많다. 이는 만 12세 이하 무료 백신은 개별 병원이 물량을 확보하고 차후 비용을 정부에서 지급하는 구조인데 일반 유료 백신보다 단가가 낮다 보니 제조사들이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독감 백신 품귀 현상은 배송과정 중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침전물 문제로 105만회 접종분이 전국에서 회수된데다 수요가 예년보다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소년용 백신을 만 12세 어린이용으로 일부 전환하는 등의 공급 계획을 내놨음에도 현장에서는 독감 백신 대란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은 조달 과정에서 기관별 편차가 발생한 결과라는 안일한 인식만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K방역’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지만 현재까지 보여주는 대응능력은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1,900만명이다.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대상자 확대가 주요 쟁점이었다. 하지만 유료로도 구할 수가 없는데 관련 예산만 편성해 놓아서 무슨 도움이 될까. 특히 지금은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까지 크다. 지금까지 보여준 독감 백신과 관련된 행정력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을 때 똑같은 문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마스크 행정이 독감 백신에서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또다시 분통으로 바뀔 것이다.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사의 댓글(0)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