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사업권을 대거 인수한 현대오일뱅크가 사모 시장을 찾아 장기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만기는 5·10년으로 각각 700억원, 300억원 규모입니다.
정유사들은 올해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 여파로 잇따라 시장성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았으며 에쓰오일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나 현금 확보에 나섰습니다. GS칼텍스는 외화채 시장을 찾아 3억달러 규모 달러채를 발행했습니다.
하반기 정유업황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미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하강에 따른 우려가 늘어나면서 추가적인 업황과 정제마진 개선을 제한하는 탓입니다. 특히 하늘길 통제가 이어지면서 ‘효자’던 항공유 마진도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지난해 3·4분기 17조원에 육박하던 항공유 마진은 올해 같은기간 1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현금흐름이 악화하면서 재무부담은 크게 늘었습니다.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순차입금은 약 25조원에 이릅니다. 특히 지난해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까지 계상되면서 차입금이 큰 폭으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상반기 SK네트워크 직영 주유소 279곳의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리스부채가 지난해 말 4,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3배나 불어났습니다.
올해 신용평가사들은 대규모 영업적자와 실적 전망 등을 감안해 정유사들의 등급전망을 한 단계씩 내린 상황입니다. 하반기 실제 하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영업이익 손실 전망에 더해 내년에는 실적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지요.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이사는 최근 진행한 내년 신용도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싱가포르 정제 마진이 0 수준을 오가는 등 손익분기점(4달러)을 하회하고 있다”며 “상반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업황 자체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신규 사업 중심의 설비투자(CAPEX) 부담이 영업현금 창출을 웃돌면서 당분간 자금 부족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정유사는 적극적인 사업다각화와 배터리, 화학 등 신규 사업기반 확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이후 배터리와 관련 소재사업에 연간 1~2조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오고 있으며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018년 신규 올레핀 사업 투자를 발표한 이후 각각 2조7,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쓰오일도 4조8,000억원 규모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설비 상업가동을 개시했고 7조원 규모의 신규 올레핀 설비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