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국가통계 “올 강남 집값 하락”…5억 올랐는데 ‘믿으세요’

올 1~10월 아파트값 통계 보니

감정원 통계는 강남3구 모두 '하락'

민간통계 KB·부동산114는 상승

"가격 방향성 다른 것은 이례적"

서울 강남구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국가 공식 통계인 한국감정원 아파트값 통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어이없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 들어 서울 집값의 바로 미터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이 수 억 원 올랐지만 감정원 통계에서는 이들 지역의 집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KB와 부동산114 등 민간 통계의 경우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민간기관의 상승률 또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통계 표본과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승 폭과 하락 폭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상승과 하락 등 흐름 자체가 정 반대인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방향성이 엇갈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감정원 강남 3구 집값 하락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값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강남구가 -1.86%, 서초구가 -1.97%, 송파구가 -1.02%의 변동률을 보였다. 월간(1~9월) 통계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고, 송파구는 1%를 조금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강남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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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같은 지역에 대한 민간 기관의 통계는 감정원과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강남구는 5.35%, 서초구는 4.31%, 송파구의 경우 8.00%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통계도 1~10월 상승률이 강남구 4.28%, 서초구 5.27%, 송파구 8.41%로, KB국민은행 통계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실제 실거래가는 수 억원 올라>

강남 3구 아파트의 실거래가 추이도 민간통계와 흐름을 같이 한다. 국토교통부에 올라온 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1월 실거래가와 최근 실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올해 들어 수 억씩 가격이 뛴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59㎡는 지난 1월 16억4,800만원에 거래됐지만 9월 들어 21억 8,000만원에 매매되며 5억 3,000만원이 넘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도 전용 84㎡가 1월 26억 2,500만원에서 9월 29억원으로 2억 7,500만원이 올랐고, 송파구 대장아파트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 84㎡도 지난 1월 18억 9,700만원에서 9월 22억원으로 3억원 넘게 뛰었다.

표본 수와 조사 방식이 다른 만큼 감정원 통계와 민간기관 통계는 항상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여온 바 있다. 감정원의 주간 통계 표본 수는 9,400가구, 월간 통계는 1만 7,000가구 정도인 반면 KB국민은행은 3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삼고 있고, 부동산114는 신규 입주 단지와 나홀로 아파트 등을 제외한 117만 가구(서울 기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조사 방식도 감정원의 경우 표본이 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감정원 소속 직원이 실거래가를 파악하고 실거래가 없다면 유사거래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민간기관은 실거래가와 호가를 반영해 시세를 취합한다. 감정원 관계자는 “민간 통계는 호가를 반영하는 만큼 하방 경직성이 있다. 가격이 하락할 때는 하락 반영이 잘 안되고, 상승할 때는 실제보다 상승률이 많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일한 지역에 대한 가격 방향성이 ‘상승’과 ‘하락’으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높이려면 통계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할 때 통계 자료에 대한 신뢰성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 통계 뿐 아니라 민간통계까지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감정원 통계에 대만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자체적으로 표본 및 조사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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