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신용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는 30대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직·폐업 타격과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대출을 받는 행위)’ 열풍이 주요 경제활동 연령층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19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 8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141조9,000억원 가운데 47조2,000억원이 30대가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44조6,000억원(31.4%), 50대가 29조원(20.4%), 20대가 14조2,000억원(10%) 순이었다.
30대의 신규 대출은 최근 2년 새 급증했다. 2017~2018년 10조원 후반대에서 지난해에는 12조4,000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올 8월에는 13조2,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신규 취급액을 뛰어넘었다. 20대 역시 올해 8월 기준 3조8,000억원으로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취급액(4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는 물론 젊은층에서 성행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 주식 투자를 위한 빚투의 결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가중되는 대출규제와 집값 상승, 코로나로 인한 경기악화가 더해지면서 빚으로 버티는 삶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의 절반은 신용등급이 1등급으로 집계됐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정보업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은행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 646만명 가운데 311만명(48%)의 신용등급이 1등급이었다. 1등급 비중은 2016년 9월 말 40%에서 꾸준히 늘어 4년 새 8%포인트나 뛰었다.
2등급과 3등급의 비중도 각각 17%, 13%였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1~3등급의 비중이 78%에 달한 셈이다. 이 비중도 2016년 72%에서 꾸준히 올랐다. 저금리로 연체 위험이 준데다 신용등급 관리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전 국민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신용·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총량 죄기’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 외려 대출 수요자의 자금줄을 막고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은행들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고소득 전문직의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줄줄이 내놓았다. 윤 의원은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고신용자의 대출을 줄이는 것은 관리가 아니라 불필요한 간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지영·빈난새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