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민간통계 강남3구 집값 급등…국가통계만 "떨어졌다"

■ 현실 반영 못하는 국가통계

민간통계 올 송파 집값 8% 뛰어

국가지표인 감정원은 "1% 하락"

'정부대책으로 안정' 해석하기도

野 "죽은통계로 정책짜나" 비판

전문가들도 "반대 흐름 이례적"

2015A02 통제기관별 강남 3구 아파트값 변동률, 감정원 강남 4구



정부가 부동산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국가공식 지표인 한국감정원 아파트값 통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어이없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 들어 서울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이 수억원 올랐지만 감정원 통계에서는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KB와 부동산114 등 민간 통계의 경우 최소 4%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민간 기관의 상승률 또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통계 표본과 조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승 폭과 하락 폭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상승과 하락 등 흐름 자체가 정반대인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열린 한국감정원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감정원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죽은 집값 통계’라고 비판했다.




◇감정원은 강남 3구 집값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주간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둘째주까지 서울 강남 3구 아파트값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강남구 -1.86%, 서초구 -1.97%, 송파구 -1.02%의 변동률을 보였다. 월간(1~9월) 통계에서도 강남과 서초구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고 송파구는 1%를 조금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강남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민간 기관의 통계는 감정원과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강남구는 5.35%, 서초구는 4.31%, 송파구의 경우 8.00%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통계도 1~10월 상승률이 강남구 4.28%, 서초구 5.27%, 송파구 8.41%로 KB국민은행 통계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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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아파트의 실거래가 추이는 민간통계와 흐름을 같이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수억원씩 가격이 뛴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59㎡는 지난 1월 16억4,800만원에 거래됐지만 9월 들어 21억8,000만원에 매매되며 5억3,000만원이 넘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도 전용 84㎡가 1월 26억2,500만원에서 9월 29억원으로 2억7,500만원이 올랐고 송파구 대장아파트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 84㎡도 지난 1월 18억9,700만원에서 9월 22억원으로 3억원 넘게 뛰었다.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모습.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모습.




◇‘죽은 통계로 집값 정책 짜나’ 여당 맹공
=표본 수와 조사 방식이 다른 만큼 감정원 통계와 민간기관 통계는 항상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여왔다. 감정원의 주간 통계 표본 수는 9,400가구, 월간 통계는 1만7,000가구다. 반면 KB국민은행은 3만여가구를 표본으로 삼고 있고 부동산114는 신규 입주 단지와 나홀로 아파트 등을 제외한 117만가구(서울 기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조사도 감정원의 경우 표본이 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감정원 소속 직원이 실거래가를 파악하고 실거래가 없다면 유사거래를 통해 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민간기관은 실거래가와 호가를 반영해 시세를 취합한다. 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민간 통계는 호가를 반영하는 만큼 하방 경직성이 있다. 가격이 하락할 때는 하락 반영이 잘 안 되고, 상승할 때는 실제보다 상승률이 많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일한 지역에 대한 가격 방향성이 ‘상승’과 ‘하락’으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감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질타가 이어졌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건 관련 통계를 정확히 산출해야 하는 감정원의 책임도 있다”며 “통계가 하도 달라서 자체적으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서울 25개 전체 구에서 집값이 최근 3년 동안 2배나 올랐더라”며 “정부가 죽은 통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통계 자료에 대한 신뢰성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 통계뿐 아니라 민간통계까지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정원 통계에 대만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표본 및 조사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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