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기자의눈]재외공관, 성범죄는 그만

정치부 김인엽 기자




국정감사 기간 재외공관에서는 눈살 찌푸려지는 소식만 들린다.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행정 직원이 현지인을 침대로 끌어들이고 성추행을 저질렀다” “시애틀 총영사관에서 부영사가 ‘인간 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는 등 욕설을 일삼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근무하던 국정원 직원이 외교부 직원을 추행했다” 등의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7년 “성비위 사건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들을 내부적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올 8월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성추행이 발생한 뒤 이인태 대사는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지도, 인사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해당 직원을 자진 퇴사시켰다.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은 행정직원이 공관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직원을 징계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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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 성추행 사건은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는 만큼 숨기고 덮을 일이 아니다. 7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2018년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꺼냈다. 정상 간 통화에서는 이례적으로 개별 성범죄 사건이 언급되며 ‘국가적 망신’ 사태로 번진 것이다. 외교부 내에서는 아던 총리가 예고도 없이 성추행 사건을 전화로 따져 물은 것은 ‘외교 결례’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성추행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논란 역시 없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본국과 재외공관 간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지금, 재외공관의 기강을 더욱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재외공관은 외교부의 절반이고 해외 외교의 최전선이다. 코로나19로 재외공관에 대한 본부의 통제력이 떨어지는 지금 오히려 내부 비위를 강력히 처벌해 기강을 세워야 한다. “공관장들이 더욱더 유의하여 행실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라”는 강 장관의 주문이 있었지만 그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재외공관에서는 성범죄 소식보다 국격을 높였다는 소식만 듣고 싶다.
/ inside@sedaily.com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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