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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진 "'종이꽃'은 희망을 말해요, 마음이 따뜻해지실 거예요"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아직 연기적 갈망이 있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한 것에 비해 다작을 한 것은 아니잖아요. 조금 더 욕심 내서 여러 캐릭터를 해봤어야 했는데….”

가수로서 정상을 찍고, 배우로서도 대중에게 인정 받았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진. 정석대로 길을 걸어오며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아 보이는 그에게 연기는 아직 ‘목마름’으로 가득하다.


유진은 이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작품이라고 영화 ‘종이꽃’을 설명했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진은 “(출연 제의를) 감사해서 넙죽 받았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너무 가라앉지 않고 아름답게 그렸다”며 어느 때보다도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 ‘지혁’(김혜성)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백금상)을 수상했고, 안성기는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과 죽음의 평등을 다루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위안을 그린다.

“‘죽음’은 누구나 한 번 쯤 직면해야 하는 주제잖아요. 이 영화는 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아름답고 진정성 있게 표현했어요. 다가가는 방법이 좋았죠. 제가 맡은 은숙을 연기해보고 싶었고, 특히 안성기 선배님이 같이 하시는데 그걸 어떻게 마다해요(웃음)”

극 중 유진은 상처가 있지만 밝고 씩씩한 은숙을 연기했다. 그는 성길(안성기) 옆집으로 이사와 우연히 그의 아들인 지혁(김혜성)을 간호하게 되면서 이들 부자를 변화시키는 인물이다. 내면의 상처를 지녔지만 딸을 돌보며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캐릭터를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본래 성격도 밝지만, 은숙 캐릭터는 훨씬 더 밝게 표현했어요. 리딩 때 감독님께서 은숙이 더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은숙의 상황에서 나올 수 없는 밝음이길 바라셨죠. 과거가 보이지 않고, 평범을 넘어서는 밝음을 원하신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연기하면서 놀랐어요.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이렇게 해야 은숙의 아픔이 보다 더 대조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과장된 캐릭터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그 과장이 은숙의 아픔을 잘 표현해줄 수 있었어요. 과거의 남편에 의해 갇혀있는 캐릭터였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에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소리에서 희망을 품잖아요. 은숙의 눈빛은 항상 희망이었어요.”

실제 두 딸을 가진 유진은 모성애 연기가 수월해졌다고. 극 중에서 딸과 헤어지지 않기 위한 엄마의 심정을 실감나게 표현해냈다.

“제가 아이 낳기 전에도 엄마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 감정을 알고 한 건 아니었어요. 이제는 엄마라는 마음을 알게 됐으니 훨씬 더 편하고 좋아요. 그 감정을 진짜로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전달도 잘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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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연에 결정적인 이유가 됐던 안성기와의 호흡은 대만족이었다. 유진은 배우로서 안성기의 배려와 성품에 매료됐고, 존경심이 생겼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분위기가 최고였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았죠. 촬영장에 큰 소리 한번 안 났고, 짜증 내는 사람도 없었어요. 대선배 안성기 선배님마저도 그러셨어요.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영화 현장에서 최고 선배님인데 권위감이나 위화감을 조금도 조성하지 않으셨어요. 친한 친구, 동료 느낌으로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짧은 기간 동안 촬영했지만, 굉장히 존경하게 됐어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자체가 배려인 것 같아요. 이래서 ‘대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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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러빙유’, ‘제빵왕 김탁구’, ‘원더풀 라이프’, ‘인연 만들기’, ‘백년의 유산’,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유진이지만 스크린에선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이번 작품도 무려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더 큰 작품이나 비중이 큰 역할에 욕심이 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과거에 작품을 많이) 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영화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죠. 이후에 드라마만 하고 지내왔는데 오랜만에 할 수 있는 영화가 생겨 좋았어요. ‘종이꽃’은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영화, 놀이라고 생각했고, 너무 감사하게도 좋은 배우 선배님과 할 수 있는 기회라 감사했어요. 큰 영화나 상업 영화에 대한 욕심을 낸 적은 없어요. 오히려 공백기에 영화를 다시 하고 싶어서 작은 역할, 감초 역할이라도 있으면 단역도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종이꽃’은 그런 와중에 내게 온 시나리오예요.”

유진은 2011년 동료 배우 기태영과 결혼해 슬하에 로희, 로린 두 딸을 뒀다. 결혼과 출산 경험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경험인 동시에 다작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까 작품을 띄엄띄엄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캐릭터 욕심이 더 생겨요. 안 해본 캐릭터와 장르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다행히 요즘 여배우들의 평균 연령대도 높아진 것 같고, 다양성도 많아졌고. 아직은 희망을 놓지 않고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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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과 더불어 26일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첫 방송까지 앞두고 있다. 남편의 든든한 외조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촬영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두 사람 다 배우지만, 동시에 연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이 부부의 ‘딜레마’다.

“(남편이) 없으면 일을 못해요. 둘 다 배우라 동시에 일을 못하는 게 우리의 딜레마죠. ‘펜트하우스’ 촬영을 3월부터 하느라 길어졌는데 남편이 ‘나는 작품이 들어와도 지금은 다 거절해야 하는 상황인 거지?’라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애들이 하나일 때랑 둘일 때랑 또 달라요. 봐주시는 분이 있더라도 엄마나 아빠 한 명이라도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육아 원칙이에요. 온전히 남에게 맡기지 않죠. 그래서 아빠가 엄청 애를 쓰면서 열심히 봐주고 있어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페이크가 아니에요. 애는 솔직히 저보다 더 잘봐요. 저는 쿨하고 방목하는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훨씬 세심하고 관찰을 잘해서 아이들 심리 파악도 잘하죠. 나보다 육아를 잘하는 사람인 건 확실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종이꽃’은 우여곡절 끝에 개봉일을 잡았다. 영화계는 현재 많은 작품들의 제작이 무산되고, 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유진은 어려운 상황에도 영화가 개봉하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드러내며 극 중 은숙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

“최근 작품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에요. 뭐든 들어오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긴 공백을 가지지 않도록 활동하고 싶어요. 코로나 때문에 세상이 뒤엎어지고 마음 놓고 극장도 못 가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래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대처하고 있어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요. ‘종이꽃’은 희망을 말해요. 요즘 시대에 잘 맞는 이야기죠. 가볍게 웃기도 했다가 깊이 생각도 했다가 결국은 희망적으로 끝나요.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실 거예요. 민망한 장면이 없고, 시끄러운 것도 없어요. 부모님 모시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들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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