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가 2020년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 시즌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상당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학개미운동’에 큰 수혜를 입은 주요 증권사의 경우 올 하반기도 예년 수준의 직원들을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증권사들은 그간 꾸준하게 인력을 보강해왔던 투자은행(IB) 등의 부문 뿐만 아니라 리서치, 정보기술(IT) 등 부문에서도 신규 직원을 뽑겠다는 계획이다. 주식시장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자 관련 영역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각 사마다 미세하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직무역량을 갖추면서도 열정과 패기가 가득한 인재’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새 식구 맞을 채비 갖추는 여의도 증권가=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신입 공채를 알리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이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서류 접수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현재 후속 단계를 진행 중이다. 이어 KB증권도 이달 초 지원자 접수단계를 끝냈고, 올 12월 말 최종 선발을 목표로 전형이 치러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원서접수를 마감하고 오는 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039490), 한화투자증권(003530) 등이 원서 접수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은행(IB), 법인영업(홀세일) 등을 맡을 본사영업과 업무 지원 부분을 담당할 본사관리 부문을 모집 중이다. 또 시스템 및 전산 영역 등을 책임질 디지털·ICT·정보보호 등도 채용 부문으로 공지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증권일반 △IT △투자운용 △IB △홀세일 등이 모집 부문이다. 특히 이번 증권사 공채에는 예년보다 IT 부문과 리서치 영역을 보강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된 투자자가 늘어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선호했던 미래에셋대우(006800)의 경우는 이번 시기에 비대면·서비스·플랫폼을 개발하는 IT 부문의 신입을 뽑겠다고 알렸다. 한편 대형 자산운용사도 신입 채용에 들어갔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 △마케팅 △관리 등으로 나눠 총 두자릿수 신입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가 ‘대세’ 되는 AI 면접=사실 증권사라고 해서 채용과정이 특별한 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서류-필기·인적성 평가-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다만 올해의 경우 면접을 치르는 형식이 예년과 다소 차이가 난다.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하는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점차 확산하고 있는 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 하반기 공채에서는 KB·한투·신금투 등 등이 AI 면접을 면접을 도입했다. 다만 형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나온다. 수험생 입장에선 기존 직무 적성·역량 평가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하면 되고,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다면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맨’ 걸맞은 열정·직무능력 필수=증권사들이 채용과정에서 살피는 첫 번째는 지원자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됐는지 여부다. 이에 영어를 비롯한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 실력이 탄탄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의 자격증을 갖췄다는 상대적으로 역량을 갖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높은 스펙이 취업의 지름길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만큼 중요하게 평가되는 있는 부분이 금융투자업에 대한 열정이라고 한다. 갈수록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채용설명회에 나선 김남구 한국금융지주(071050) 회장도 인재상에 대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원자가 얼마만큼 증권업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왜 본인이 그 업무와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면접 등을 거치며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