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항미원조(抗美援朝)’ 70주년 기념대회에서 재차 애국주의를 강조했다. 항미원조 기념대회는 1950년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로,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의 전쟁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내부 결집을 다질 기회로 활용돼 왔다.
이날 시 주석은 기념대회 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하며 결사항전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 6·25 발발에 대해 “미국 정부는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 간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표현하며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며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했다. 6·25에서 미국의 행보를 ‘침략’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은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자 북한의 요청에 응해 항미원조를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롭고도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과 미국의 국력 차이가 컸지만 중국공산당은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며 “위대한 승리를 통해 수백 년 동안 서방 침략자들이 아시아 해안 지역에 대포 몇 대만 두면 한 나라를 점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뜨렸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인민은 침략자를 때려눕히고, 전 세계를 경천동지하게 했다”며 “이를 통해 신중국의 대국 지위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이어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오늘날 중국은 두 개의 백 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목표 달성의 중요한 역사적 교차점에 서 있다”면서 “우리의 앞길은 순조롭기만 할 순 없지만 우리는 항미원조 전쟁의 고난을 뚫고 거둔 위대한 승리를 기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항미원조 기념대회를 애국주의 고취와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선전 행사로 활용해 왔다. 관영 CCTV는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과 전시회, 기념장 제정, 참전 노병 인터뷰 등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에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드날리자”며 중국군의 한국전 참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