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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헬릭스미스 사모펀드 손실 위기에 비상장 바이오 IPO '빨간불'

IPO 앞둔 기업들 구주거래 얼어붙어

바이오 신뢰 깨지자 투자잣대 엄격

도리어 초기기업 투자 유치는 순항

부실 운용사 퇴출되자 거품 빠져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26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DPN 3-1상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오승현기자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26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DPN 3-1상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오승현기자


바이오신약 개발업체인 헬릭스미스(084990)가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볼 위기에 몰린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유치 작업에도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내 간판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R&D) 대신 엉뚱한 곳에 자금을 투자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실종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회상장을 염두에 두고 1,000억원대 초반으로 추진하던 한 바이오 기업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가 잠정 중단됐다. 내년 IPO를 앞두고 임상을 추진 중인 또 다른 바이오 기업 역시 구주 거래가 멈춰 섰다.

이는 헬릭스미스 사태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우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빅히트 상장을 기점으로 IPO에 대한 투자심리가 식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 2016년부터 5년 동안 고위험 자산인 사모펀드와 사모사채 등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이 중 옵티멈 펀드 등에 투자한 400억원 이상을 회수하지 못했다. 소액주주들은 연구·개발에 사용해야 할 자금이 위험자산에 투자된 것 자체가 사기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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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미청약 잔여물량 인수를 약속한 상태라 유상증자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주가가 신주 예정발행가액을 크게 밑돌면 조달자금 역시 대폭 줄어들어 유증에 성공하고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2일 종가는 2만450원으로 신주 예정발행가액(3만8,15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자금조달이 막히고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라젠·코오롱티슈진에 이어 헬릭스미스까지 신뢰가 깨지면서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 잣대가 더욱 엄격해지는 분위기”라며 “자금회수(엑시트)가 가까운 기업일수록 투자심리에 성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초기 라운드 투자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자금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비상장사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시장 거품이 빠져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책정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실제로 엑소솜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성공했다. 브렉소젠과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역시 각각 75억원,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유치를 마무리했다. 또 다른 벤처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2018년 500억원대에 달했던 시리즈A 기업들의 평균 기업가치가 최근 들어서는 200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초기 바이오 투자는 프리IPO·IPO 단계 기업과 다르게 외부변수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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