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 독립성에 대한 소신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의 사표를 하루 만에 전격 수리했다. 이어 후임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 등을 맡아온 이정수(사법연수원 26기·사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임명했다. 박 지검장 사의로 라임 사건 로비 의혹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23일 오후 박 전 지검장이 낸 사표를 수리하고 인사발령을 하면서 이같이 후임 인선을 단행했다. 이 검사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폭로한 검사 접대 의혹,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과 라임 펀드 사기 사건의 남은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추 장관이 앞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남부지검의 라임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하도록 함에 따라 이 검사장은 단독으로 수사를 총지휘한다.
추 장관은 이번 인사를 내면서 “남부지검 신임 검사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법무부와 대검·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신속하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2일 박 전 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뒤덮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전격 사의를 표명해 검찰 내부가 술렁이자 추 장관은 이번 인사를 통해 내부단속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이 검사장을 남부지검장으로 발령한 것은 그만큼 이 지검장을 신임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단행된 첫 검찰 인사 때 이 검사장은 검찰 내 주요 보직인 대검 기조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8월 검사장 인사 때는 유임돼 법무부가 주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계속 맡아왔다. 이 검사장은 현 정부 초기인 2017~2018년에 정부가 추진한 ‘국가정보원적폐청산TF’에 파견돼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2부장,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지냈다.
한편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 전 회장이 제기한 ‘검사 향응·접대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20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남부지검에는 라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형사6부(김락현 부장검사)와 별도로 검사 접대 의혹을 맡는 수사 전담팀이 꾸려졌다. 수사팀은 금융조사부 소속 검사 4명, 형사4부 소속 검사 1명으로 총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