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인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이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필리핀에서 로비·횡령 자금을 돈 세탁하고, 원정 도박에도 나섰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노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갔을 뿐”이라며 불법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항변했다. 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핵심 관계자들이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는 ‘네 탓’ 공방이 계속 되면서 검찰이 진위 파악을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법조계와 옵티머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고문은 지난 7월 검찰에 구속되기 전 주변 인물들에게 김재현 대표가 필리핀에 두 차례 방문해 ‘환치기’ 수법으로 원정도박을 하고 돈세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런 취지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출입국 기록과 자금 흐름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고문이 김 대표가 돈 세탁을 했다고 주장한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졌다. 원정도박 주장까지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제는 김 대표가 필리핀에서 만난 A씨 등 여러 인물을 접촉해 당시 상황을 물었다. 이들은 김 대표가 13억원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투자해준 개인 사업가들이다. 먼저 A씨 등은 김 대표와 돈 세탁을 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필리핀을 간 사실은 확인됐다. 8월은 3박4일 정도의 일정이었으며 12월은 1박2일로 단기 일정이었다. 먼저 8월 필리핀 방문에서는 김 대표 측은 자신의 노부모를 모시고 여행 겸 현지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갔다는 입장이다. 당시 김 대표와 그의 부모는 온천 등을 방문했다고 한다. 늦은 오후까지 김 대표는 부모와 A씨 등과 함께 일정을 보냈다. A씨는 “카지노를 갔다든지 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12월은 A씨 등이 필리핀 현지에서 매장을 열어 개업식을 갖기로 하면서 이 자리에 김 대표를 초청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국내 일정이 바쁜 관계로 1박2일 출장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이때 역시 A씨 등은 김 대표가 카지노를 방문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A씨 측의 설명이 있어도 검찰은 김 대표가 어떤 일을 필리핀에서 했는지는 더 확인해볼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이 필리핀에서 개업한 사업은 김 대표가 앞서 투자회사 셉틸리언을 통해 투자해줘 그 경위를 검찰은 의심해왔다. 셉틸리언은 김 대표 부인과 또 다른 옵티머스 핵심인물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변호사)의 부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50%씩 지분을 나눠 가진 페이퍼컴퍼니다. 아직 검찰은 A씨 등을 불러 조사하지는 않았다.
검찰 안팎에선 유 고문의 ‘원정도박’ 주장은 옵티머스 핵심인물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옵티머스 핵심인물들은 이처럼 검찰에 서로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지만 근거가 될 만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은 앞서 재판에서 “(윤 변호사와 유 전 고문 등) 다른 피고인들의 진술 내용 등 수사 관련 정보가 언론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A씨 측도 언론에 유 고문 측 등이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며 고소장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