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인하 대상을 당초 논의했던 공시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세율은 구간별로 0.05%포인트씩 낮춰주되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구간은 인하율을 축소할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내년부터 공시가 현실화에 따른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가 예상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실거주자를 달래려는 당근책을 꺼냈다는 분석이다. 서울은 올해 공시가 기준 6억~9억원 주택 보유자가 42만6,060가구다.
27일 당정에 따르면 오는 29일 당정협의를 통해 이 같은 재산세 인하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정 핵심관계자는 “대상을 공시가 9억원으로 논의한 것은 맞지만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최고위에서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공시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민심 이반을 의식해 9억원 이하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나오며 사실상 당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6억원 이하만 인하해줄 경우 서울 거주 1주택자들은 상당수 혜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을 고려해 9억원으로 올리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지방세인 재산세를 당정이 결정해야 하는지, 지자체와 공감대는 형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산세 인하 기준 상한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일 경우 정부는 그간 추진한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진다는 비판에 부딪힌다. 서울·부산·대구 등 일부 지역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혜택을 받게 돼 중저가 주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부는 올 초 서울 아파트 절반의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은 뒤에도 9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삼고 주택 실거래를 상시 조사하고 있다.
현행 주택의 과세표준별 재산세율은 △6,000만원 이하 공시가격의 0.1% △6,0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0.15% △1억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0.25% △3억원 초과 0.4%다. 당정은 각각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춰 1주택자는 0.05~0.35%로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공시가 6,000만원 이하 주택은 0.1%에서 0.05%로 재산세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만 9억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경우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구간을 쪼개 0.35%에서 0.4% 사이로 차등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세가 크게 줄어들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위협받을 수 있어 중산층·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선심성 정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당정은 다음 주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 3억원 미만 전국의 주택은 934만5,259가구, 3억~6억원은 301만8,554가구, 6억~9억원은 80만2,785가구다. 서울의 경우 3억원 이하 86만6,350가구, 3억~6억원은 71만7,866가구, 6억~9억원은 42만6060 가구다. 9억원 기준으로 대략 전국에서 1,300만가구, 서울에서만 20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세종=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