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부자들 "역시 믿을건 부동산"...보유비중 7년만에 최대

[KB금융, 2020 부자보고서]

2.9%P↑ 총자산 56.6%가 부동산

50억 이상 부자 60%는 빌딩 보유

부자 10년새 2.2배↑ 35.4만명

"금융자산 투자는 확대보다 유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우리나라 부자 총자산의 5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부자들은 70억원은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다고 답했고 올해 금융자산 운용계획은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28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0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부자의 총자산 중 56.6%가 부동산으로 지난해에 비해 2.9%포인트 올랐다. 2013년(56.9%) 이후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세로 전환하며 부자들이 보유한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38.6%로 2013년(37.8%)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총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거주 주택 비중이 26.1%로 지난해보다 6.4%포인트 오르며 가장 높았다. 이어 유동성 금융자산(16.2%), 빌딩·상가(12%), 거주 외 주택(10.4%), 예·적금(9.3%)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빌딩·상가 비중이 17.9%로 2위, 유동성 금융자산은 14%로 3위였지만 올해는 순위가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빌딩·상가 가치가 하락하고, 시장이 급변동하면서 투자처가 발견되면 언제든 투자를 할 수 있게 현금성 자산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빌딩·상가는 돈이 많을수록 투자 비중이 높았다. 50억원 이상 부자의 빌딩·상가 자산 비중은 18.2%로 50억원 미만 부자(7.3%)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보유율 측면에서 보면 50억원 이상자 열에 여섯은(60.1%) 빌딩·상가를 갖고 있어 50억원 미만(24.7%)에 비해 수치가 높았다.


부자의 총수는 빠르게 늘었다. 2010년 16만명이었지만 지난해 35만4,000명으로 2.2배 불어났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연평균 0.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부자는 9.2%씩 증가했다. 서울에 46%, 경기도 22% 등 수도권에 70.4%가 거주했다. 부자의 총 금융자산은 2010년 1,158조원에서 지난해 2,154조원으로 1.9배 늘어났다. 부자의 최소 자산기준을 물은 결과 중간값은 70억원으로 2011년 50억원에 비해 1.4배 증가했다.



올해 금융자산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보다는 유지하겠다는 것이 많았다. 주식과 예·적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상품에서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80~90%에 달했다. 보고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부자들이 탐색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식에 대해서는 유지하겠다는 비율이 64.5%, 늘리겠다는 비중이 24.5%로 다른 금융자산에 비해서는 투자 확대 비중이 그나마 높았다. 부자들이 꼽은 장기적으로 수익이 기대되는 금융 투자처는 주식이었다. 유망 금융 투자처를 하나만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주식을 답한 비율이 57.1%로 절반이 넘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떤 경로로 자산을 축적했을까. 한 개만 선택하라고 묻자 사업소득이 37.5%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투자가 25.5%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상속·증여(19%)였다. 2011년 부의 주된 원천을 부동산 투자라고 답한 비율이 45.8%로 가장 많고 사업소득이 28.4%였지만 이번에는 순위가 바뀌었다. 2010년대 벤처·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빈번하게 나온 것이 이 같은 의식변화를 이끌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만 주된 방법 2개를 꼽으라고 물었을 때는 부동산 투자가 63%로 가장 많았고 사업소득이 58.3%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는 부자에게도 타격을 줬다. 부자의 30.5%가 코로나19로 월 가구소득이 감소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또 올 상반기 27.5%가 종합 자산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조사 중 부자의 총수는 정부 행정통계를 통해, 이외의 사안은 전국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도출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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