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에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를 사실상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참 비겁하고 뻔뻔한 정당”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장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사고는 정치인들이 치고 수습은 당원들에게 맡긴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폼은 정치인들이 잡고, 악역은 당원들 몫이다. 위성정당 때도 그랬고, 보궐선거 공천도 그렇다”고도 적었다.
장 의원은 이어 “듣도 보도 못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과 야합해 패스트트랙 태워 통과시킬 땐 엄청난 정치개혁을 이룬 것처럼 온갖 폼을 잡지 않았나”고 쏘아붙인 뒤 “총선을 앞두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해 당원들 손으로 나쁜 결정을 하게 만들며 위성정당을 창당했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장 의원은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 보궐선거 공천은 또 어떠한가”라며 “(무공천 방침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 대표일 때 만든 당헌”이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장 의원은 “조국 교수 등으로 꾸려진 혁신위원회는 문재인표 착한 정치 1호 개혁과제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며 당헌 당규에 명시하지 않았는가”라면서 “이제, 또 돌변해 ‘착한 정치’를 ‘거짓 정치’로 바꾸는 기만행위를 당원들에게 해 달라고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어서 장 의원은 “이쯤 되면,‘국민 배신 교사(敎唆)’ 아닌가”라며 “징글징글하게 이중적이고 표리부동한 분들과 정치를 하려니 우리도 철갑면을 써야 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장 의원은 더불어 “만에 하나 보궐선거에서 이토록 뻔뻔한 민주당에게 또다시 진다면 국민의힘은 존재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썼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재보궐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당원 의사를 묻기 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 당헌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서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내년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가 당헌을 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 지 묻는 의미가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게 될 지에 대한 의지를 묻는 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맡은 시절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난 2015년 7월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는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사건’에 한정하던 것을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장들의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성추행과 같은 잘못 역시 당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셈이다.
이후 민주당은 2년 뒤인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발위가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데는 “후보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선거관리 경비 등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각각 무공천, 선거비용 보전비용 환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3년 만에 “정당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당헌을 뒤집자,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