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며 2,300선에서 밀려났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개인이 하루에만 무려 1조8,00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등 역대 최대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세는 증시를 석달 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코로나19의 글로벌 재확산과 미 대선 리스크가 혼재한 상황이 증시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2·10면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9.52포인트(2.56%) 하락한 2,267.15로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의 상승 반전에도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한때 4% 가까이 급락하는 등 패닉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2.61% 하락한 792.65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만에 다시 800선을 내줬다. 코스피지수의 이날 종가는 지난 8월3일(2,251)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주말을 앞둔 상황에서 미 대선이 임박했고 주말 사이 코로나19 확산이 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일단 팔겠다는 움직임이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총 1조8,21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하루 동안 순매수한 최대 금액 기록이다. 종전에는 지난 5월4일 기록한 1조7,821억원이 최대였다. 반면 외국인들은 두 시장 합해서 총 1조2,767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 8월31일 1조3,86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후 최대 규모이며 역대 네 번째로 많은 물량을 이날 증시에 쏟아냈다.
개인들의 최대 규모 순매수세에도 주가는 전날과 같이 버티지 못했다.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는 4%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56% 떨어졌으며 코스닥지수는 장 막판 낙폭을 키우면서 2.61%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2달여 만에 2,3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지수는 이틀 만에 8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3,666억원), 카카오(592억원), 셀트리온(545억원), 현대모비스(508억원), 삼성전자우(471억원) 등을 내다 팔았고 개인들은 삼성전자(5,136억원), 현대모비스(796억원), 카카오(738억원), 삼성전자우(680억원) 등 외국인이 내다 판 주식들을 집중 매수했다. 특히 개인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모으면서 앞으로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지수 급락은 미국 대선이 임박했지만 오히려 후보자들의 당선 가능성은 더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경기후퇴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가 강한 가운데 장중 미국 S&P500과 나스닥 선물지수가 장중 큰 폭으로 하락하자 국내 증시가 마감된 후 열리는 미국 증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적어도 오는 11월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까지는 투자심리가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으며 대선 이후에라도 후보자,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할 경우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재료들이 모두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재료들인 만큼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마감 이후에 열리는 미국 증시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9만명대를 찍은 미국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외국인이 전날보다 더 공격적으로 매도했다”며 “추가 부양책이나 미국 대선,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등은 시간이 지나면 윤곽이 드러나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도 해소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