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9% 증가하면서 깜짝 실적을 냈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투자은행(IB)은 1.3~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올해 첫 플러스(+) 성장일 뿐 아니라 2010년 1·4분기(2.0%)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난 1·4분기(-1.3%)와 2·4분기(-3.2%)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습니다.
수출도 기저효과가 분명 있었지만 큰 폭 개선되며 GDP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지난 2·4분기 -4.1%포인트에서 3.7%포인트로 대폭 개선됐습니다. 3·4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5.6% 증가하면서 1986년 1·4분기(18.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역시 지난 2·4분기 수출이 1963년 이후 56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6.1% 떨어진 것에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수출이 회복되지 않았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나 사상 최장 지속된 장마·태풍 등 기상 악화 영향으로 GDP는 더 큰 폭으로 주저앉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재확산이 0.4~0.5%포인트, 기상여건이 0.1~0.2%포인트씩 각각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민간소비도 -0.1%로 오히려 주저앉았고, 건설투자도 -7.8%로 눈에 띄게 위축됐습니다.
올해 4·4분기에도 역시 믿을 것은 수출입니다. 다행인 점은 중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9%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대외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0월 1~20일까지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습니다. 역시 반도체가 12.1% 늘었고, 컴퓨터 주변기기도 10.5% 증가하면서 수출 회복을 이끌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신규 확진자는 25만명으로 2주 만에 2배가 늘었습니다. 이에 독일은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 동안 음식점과 영화관 등 각종 시설의 문을 닫는 부분 봉쇄에 나섰습니다. 프랑스도 오는 30일 0시부터 한 달 동안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발령했습니다. 미국에서도 29일(현지시각) 하루 확진자 수가 9만1,000명이나 발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수출이 다시 한 번 영향을 받을 경우 4·4분기 GDP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3·4분기 GDP 실적이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부문 의존도를 재확인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대외 의존도가 4·4분기에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중순 이후 국내 코로나 확산으로 민간소비 위축이 이어졌음에도 큰 폭의 성장률 반등이 가능했던 배경은 전 세계 3·4분기 소비 수요 반등에 따른 수출 호조 때문”이라며 “4·4분기에는 내수와 외수의 양상이 3·4분기와 반대 흐름으로 전개돼 외부 수요가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4분기에서 보았듯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도 후퇴시키는 것도 결국은 수출입니다. 그런 만큼 수출 최전선에 있는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는 민간소비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