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의 초대 제임스 본드의 역할로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된 스코틀랜드의 원로 영화배우 숀 코너리의 별세에 팬들과 정치지도자, 동료 배우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비통하다. 우리는 오늘 가장 사랑하는 아들 중 하나를 애도한다”고 말했다.
가장 저명한 스코틀랜드 독립운동가 중 하나이기도 했던 코너리의 별세에 스터전 수반은 “숀은 에든버러 노동자계급 가정에 태어나, 재능과 노력으로 국제적인 영화 아이콘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배우 중 한 명이 됐다”고 추모했다. 193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난 코너리는 조국인 스코틀랜드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고, 영국으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지지해왔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에 “상징적인 배우이자 멋진 친구였던 숀 코너리의 별세를 애도한다”면서 “우리는 항상 그의 겸손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웃음을 기억하면서, 전 세계 수백만 명과 함께 그의 잊지 못할 연기에 계속 기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동료들도 최고 배우인 그의 연기와 인생을 떠올렸다.
1964년 007시리즈 ‘골드 핑거’의 주제곡을 부른 셜리 바세이는 코너리가 축구를 하는 것을 지켜보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면서 “숀, 난 항상 당신을 응원하기 위해 거기 있을게요”라고 말했다. 그의 뒤를 이어 최근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하는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숀 코너리는 제임스 본드만이 아니라 훨씬 많은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그가 스크린에서 보여준 매력은 메가와트 수준으로, 현대의 블록버스터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코너리의 뒤를 이어 1973∼1985년 제임스 본드 역할을 했던 고 로저 무어 경의 유족들도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코너리를 지목했다. 로저 무어 경의 유족들은 트위터에 “숀 코너리의 별세를 애도한다”면서 “그와 로저는 수십 년간 친구였고, 로저는 항상 숀이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트위터에 “오늘 우리는 전설적인 배우를 기린다”면서 “언터처블로 오스카를 수상한 때부터 제임스 본드 역할을 했던 수년간 그의 작품활동은 우리 영화공동체와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코너리는 화물차를 운전하는 아버지와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났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우유 배달부 등으로 일하던 그는 성인이 되고 배우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건 첩보 영화의 원조 격인 007 시리즈다. 그는 5,95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인 첫 007 시리즈 ‘007 살인번호’(1962)에 출연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7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해 역대 제임스 본드 가운데 가장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007시리즈 이외에도 ‘오리엔트 특급살인’(1974년), ‘장미의 이름’(1986), ‘언터처블’(1987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 ‘더록’(1996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2006년 공식 은퇴했다.
한편, 코너리는 1965년 미국의 유명 성인 잡지 회사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성을 때리는 게 추호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남성을 때리는 방식으로 때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너리의 전처 다이앤 클라이언토는 2006년 낸 자서전에서 코너리의 가정폭력을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