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일 밤 자신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면 개표가 종료되지 않더라도 승리를 선언하겠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간 이 시나리오를 은밀히 얘기해 왔다”며 “이 시나리오는 선거일 밤에 연단으로 걸어 나와 자신이 이겼다고 선언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3개 주는 물론 신 접전지로 떠오른 오하이오와 텍사스, 아이오와, 조지아에서 모두 이기거나 상당한 격차로 앞설 필요가 있다고 측근들은 예상했다.
실제로 이들 주에서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부 경합 3개 주 중 경쟁이 치열한 펜실베이니아 한 곳만 이기더라도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넘길 수 있다. 나머지 2곳인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차범위밖에서 뒤진다는 조사가 많은 상황이다. 또 이 시나리오가 실행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 초반 앞서나가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이후 펜실베이니아의 최종 개표 결과가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는 바이든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많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승리를 선언한 것과 별개로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점해 실제 당선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개표 완료까지 수일이 걸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상태에서 최종 개표 결과는 나오지 않는 혼돈 상황이 며칠간 지속할 수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팀은 선거일 이후 계산된 우편투표가 선거 사기의 증거라고 허위로 주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때 이른 승리를 선언했다가 펜실베이니아 개표가 끝난 뒤 당선인이 바이든 후보로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소요사태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가 사기 선거라며 대선 패배시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