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명시된 당헌을 전당원 투표를 통해 개정한 것과 관련,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유지가 불가능하다면 해당 조항 자체를 덜어내야 한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최고위원은 2일 전파를 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불가능한 조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헌 개정 투표를 보니, (기존의) 당헌을 없애는 게 아니라. 뒤에 ‘전당원 투표에 의해 후보를 낼 수도 있다’는 조항을 하나 추가하더라”라고 지적한 뒤 “그러면 앞에 있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느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한 해당 당헌에 대해 “변화를 강요하면서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을 강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 함께 나온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당헌을 없앴다고 하면 ‘이런 일에 대해 더욱더 뻔뻔해지겠다는 것이냐’고 해석될 수 있다”며 “솔직히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당연히 비판하고 있지만, 단서 조항을 (넣는) 개정 외 애초에 이 조항을 없애버리겠다고 했을 때 어떤 큰 공격을 할지 너무 예상된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박 최고위원은 당헌 개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선 “아무리 여당이라 해도 정당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뭔가 입장 표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여야 대결 구도 속에 대통령을 끼워 넣어서 야당이 원하는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전당원 투표 결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당헌 개정을 통한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공천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은 86.64%, 반대는 13.36%로 나타났다. 투표 참여율은 26.35%였다.
해당 조항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맡은 시절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난 2015년 7월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는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사건’에 한정하던 것을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장들의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성추행과 같은 잘못 역시 당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셈이다.
민주당은 2년 뒤인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발위가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데는 “후보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선거관리 경비 등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각각 무공천, 선거비용 보전비용 환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에 야당은 “이낙연 대표 등 지도부가 박원순, 오거돈 두 사람의 성범죄에 대해 광화문에서 석고대죄 해야 한다”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원 전액을 민주당이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 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의 전당원 투표에 대해서는 “중국집 사장님들 모셔놓고 중식과 일식 중 뭐가 낫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범죄자가 셀프 재판해서 스스로 무죄를 선고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 투표만 갖고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온당한 것인지 모두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한 정당”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