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내로 ‘제한적 자료 열람실 제도(한국형 데이터룸)’를 만들어 피심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한다. 한국형 데이터룸이란 공정위 제재를 받은 기업의 변호사가 타 기업의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보고 소송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열람실이다. 다만 해당 자료를 열람한 변호사는 피심 기업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이를 누설할 수 없으며 보고서 작성에만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정위는 열람·복사 업무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이달 22일까지 행정예고하는 한편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연내 시행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 허가를 받은 피심인의 외부 변호사는 최대 2주 이내에 주심위원이 정한 일시에 공정위 안에 마련된 데이터룸에서 자료를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기업 방어권을 보장하고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자료를 열람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료 제출자가 동의하거나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다만 공정위 측은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데이터룸에 입실할 때는 이용규칙 준수 서약서와 비밀유지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며 자료를 열람한 변호사는 피심인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영업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 영업비밀 관련 자료를 데이터룸 내부에서 메모지에 필기할 수 있지만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복사도 금지된다. 피심인이 자료를 열람한 변호사에게 영업비밀을 받거나 제공을 요구할 수 없도록 금지 의무도 부과했다. 공정위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구해야 하며 공정위 소속 공무원도 위반자와 접촉이 5년간 금지된다.
공정위는 데이터룸 제도 시행으로 구글 등 해외 기업 제재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유사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껏 영업비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자료의 반입·반출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허가받은 사람만 영업비밀 관련 자료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앞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안건이 전원회의에 오를 예정인데 제도가 사전에 준비돼 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리 데이터룸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16년부터 구글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쟁 운영체제(OS) 탑재를 방해했는지 여부와 게임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독점적으로 출시하도록 요구했는지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이 중 한 건을 연내 전원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