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가 1980년대 화성과 청주에서 벌어진 14건의 살인사건에도 불구하고 체포되지 않은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2일 의아해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는 당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범행 후 증거 등을 은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쯤은 의심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보여주기 수사’가 이뤄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면서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불을 찾아가는 불나방처럼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사건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지난 30년 넘게 여러사람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자신만의 ‘시그니처’(범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취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인 피해자 속옷이나 스타킹을 이용한 결박·재갈과 관련해서도 담담하게 진술했다.
이춘재는 “결박의 주목적은 반항제압, 재갈을 물린 것은 소리를 막기 위함이었다”며 “속옷을 얼굴에 씌운 경우는 피해자가 나의 신원(얼굴 등)을 알아차릴 것 같은 상황에서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범논란’을 빚은 8차 사건 재심 청구인인 윤성여(53)씨에게는 “사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윤씨는 “재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