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섬이 된 기업 보안… ‘제조업 약한 고리’ 됐죠”

19일 국제컨퍼런스 개최하는 정우식 산업보안한림원 회장

"기업마다 보안 폐쇄적으로 진행

노하우 공유 등 패러다임 바꿔야

주요 기업들 전담조직 거의 없어

낮은 국내 보안인식 수준 개선을"




“기업들이 보안 업무를 폐쇄적으로 보는 탓에 보안이 국내 제조업의 약한 고리가 됐습니다.”

정우식(사진) 한국산업보안한림원 초대 회장은 2일 서울경제와 만나 “보안 업무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동안 기업의 보안 업무가 고립된 섬처럼 폐쇄적으로 이뤄졌다”며 “보안인력 간 네트워킹을 통해 개별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야만 산업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한림원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기술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조선·철강·디스플레이 등 우리의 주력산업에서 이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 유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난 2015년부터 6년간 해외로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은 총 121건(국정감사 자료)에 달할 정도고 피해기업도 중소기업(80건)과 대기업(33건)을 망라한다. 이처럼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기술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의 제안으로 2018년 출발한 조직이 바로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삼성·현대자동차·SK·LG·포스코 등 5대 그룹이 주축이었지만 이제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45개사가 회원사로 가입했을 만큼 덩치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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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은 국정원과 공동으로 매년 ‘산업보안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기업의 실질적인 보안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올해는 이달 19일 웹 세미나 형태로 연다. 이 콘퍼런스는 기업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산학연 협력 과정에서 기업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방법 등 생생한 실제 사례와 해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올해의 경우 사전신청자가 벌써 1,500명을 넘겼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활발한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중점 논의한다”고 소개했다.

우리 기업의 낮은 보안인식 수준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정 회장은 “현재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143개 회사 중 94%가 보안 전담조직이 없고 86%가 보안전담 임원도 없다”며 “보안에 극도로 신경 쓰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국가핵심기술 보안 전담조직 구성 및 기술 유출 방지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이다.

앞서 한림원은 지난해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상대로 2년마다 이뤄지는 정부 차원의 점검에 활용할 목적으로 국정원과 함께 객관적 평가지표도 만들었다. 정 회장은 “총 387개 항목으로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며 “보안평가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가 약한지 즉시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100개사까지 회원사를 늘릴 것”이라며 “‘기업 간 보안 관련 정보 공유→상호 학습→대기업 보안역량 업그레이드→협력사 역량 동반 상승’ 등의 선순환이 가능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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