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 대선 다음날 공개연설을 통해 ‘대외 개방 확대’를 선언하며 미 대선 승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국제사회에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우호 분위기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중국 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제3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이 4일 오후8시 개최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직접 화상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수입박람회 개막식을 당초 예정인 5일 오전에 앞서 4일 저녁에 하겠다는 통지가 각국 참석자들에게 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공개연설을 하는 것은 지난달 23일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 이후 10여일 만이다.
올해로 3회째인 수입박람회 개막식이 본행사에 하루 앞서 별도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박람회는 예년처럼 5일부터 10일까지 엿새간 진행된다. 앞서 1·2회 행사는 개막식이 모두 본행사 첫날 오전에 열렸고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올해는 시 주석이 참석하지는 않고 화상연설만 하지만 그 시간이 미묘하다.
중국의 중요 국가급 행사 개막식이 이례적으로 밤늦게 열리는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미국 시청자’들의 시간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는 시간은 미국 워싱턴DC 현지시각으로 4일 오전7시다. 미국 대선 다음날 오전인 이 때는 투표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미 대선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 직접 육성으로 중요 대외 메시지를 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박람회에서 시 주석이 미국을 직접 거명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입박람회’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중국 국가 수반으로서 현재진행 중인 대외 개방과 개혁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앞서 ‘항미원조 기념식’ 때의 연설이 정치적이었다면 4일 연설은 경제에 맞춰지는 셈이다. 베이징의 한 경제소식통은 “미 대선 상황에 맞춰 시 주석의 연설 시간을 조정한 듯하다”며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중국이 자신의 길을 간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박람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지난 2018년 중국이 자국의 구매력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세몰이 외교’ 무대로 고안한 행사다. 2018년과 2019년의 1·2회 수입박람회 때 중국은 각각 578억달러와 711억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입박람회 규모도 대폭 축소됐고 해외 참가기업도 줄어들었다. 해외 기업 참가자들의 방역 상황을 우려해 시 주석이 올해는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